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과 신당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 수위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사실상 이 대표와 결별하고 민주당을 되찾기 위한 신당 추진 결심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참모였던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불행하게도 작년 대선부터 시험문제가 딱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 였는데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라며 “이대로 가면 내년 시험도 3년째 똑같이 나와 많은 분들이 시험 문제에 답이 없다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신당 창당과 관련,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정치적 대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것을 위한 준비는 막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 이 전 대표의 신당 행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을 태풍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이 이재명 대표로 이미 결집돼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지지율을 놓고 보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1%)에서 ‘만일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 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질문한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7% 동률로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59%에 달했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고작 37%에 그쳤다. 더 심한 결과는 총선 구도와 관련된 내용이다.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말 그대로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이다. 결과는 정부 지원론이 35%, 정부 견제론이 51%로 나타났다. 즉 내년 총선은 야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33%에 불과했다. 이는 곧 가뜩이나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재판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반명 전선을 본격화할 경우 그만큼 외연 확장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민주당으로선 이낙연 신당이 본격화되는 경우 수도권 선거와 비례 대표 득표에 비상이 걸린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하게 되면 김대중 정치 유산을 강조하고 공천에 탈락했거나 탈락이 유력한 비명계 위주의 인사들로 채울 공산이 크다. 현역 중 40~50명 이상 물갈이가 이뤄진다면 이들 중 꽤 많은 숫자가 이낙연의 후광 효과를 선택할 수 있고 기존 거대 정당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정치 세력화가 가능해진다.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당에 부담이 되고 있고 전당 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소환까지 받은 송영길 전 대표로 인해 당의 이미지는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다. 여기에 이 전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까지 당이 ‘개딸’과 같은 강성 친명주의자에 의해 갈등을 빚는 모습에 주저 없이 쓴 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병립형으로 돌아갈지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그대로 유지할지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낙연 신당이 만들어지면 비례 투표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치와 선거의 금과옥조 같은 명언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자의 발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5선인 이상민 의원의 탈당에다 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인 이낙연 전 대표마저 신당 창당에 나선다면 민주당의 운명은 태풍 앞의 등불이 된다. 공은 이재명 대표에게 넘어와 있다. 극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의 관계를 회복할지 여부에 따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