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전쟁 발발로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까지 금융시장의 새 변수로 등장하면서 변동성 우려가 커지며 인버스 상품의 독주가 지속할지가 관심사다. 증권가는 ‘확전(擴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하락보다는 상승에 금리 추가 상승보다는 되돌림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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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1개월 새 전체 ETF 수익률 상위 30위권에서 인버스 상품이 총 27종목으로 집계됐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합성 H)’가 18.84%의 수익률로 1위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인버스(H)’(9.87%) 등 미국 장기채 ETF들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치솟자 선물 지수 하락(국채 금리 상승)분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가 높은 수익률을 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6일 시장 눈높이를 훌쩍 웃돈 고용지표에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번지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도 다시 5%선을 넘어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개인 수급이 주도했던 2차전지, 로봇, 의료기기 등 특정 테마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조기에 대주주 양도세(보유시가평가액 10억원 이상)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회피성 매도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새 변수…“단기 변동성, 최악 가능성은 낮아”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 리스크가 새 변수로 등장하며 투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유가 반등 △금리 상승 압력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 영향을 예상하고 있다. 과거 주요 중동 분쟁 사례를 고려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확전 여부와 전쟁 장기화가 문제다.
다만 최악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다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4차 중동분쟁(오일 쇼크)과 달리 반(反) 이스라엘 정서가 옅고 이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이 낮은 점, 원유 수요 전망도 탄탄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까지 갈 확률은 지극히 낮아보인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투심은 ‘악재’보다는 ‘호재’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개인은 1개월간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각각 5587억원, 2595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코스피·코스닥 인버스 ETF는 개인 순매도 상위다.
초장기채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352억원) 순매수도 눈에 띈다. ‘TIGER 미국 S&P500’과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등 미국 ETF도 순매수 상위 20위권 내 다수 포진했다. 이들 중 인버스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이 유일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국제재무분석사(CFA)는 “중동 지정학 사태에 국제유가가 4% 전후 급등했지만, 증시는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 신호에 상승했다”며 “고금리·강달러는 원유 가격과 수요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요소로, 유가 흐름이 안정화되면 오름세를 지속하던 금리 방향성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