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내가 만세를 외친 것은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 순국한 유관순(1902∼1920년) 열사가 독립 78년을 맞은 2023년, 독립기념관 한가운데서 103년전 자신의 항거 이유를 전했다. 역사책 속에서 만나던 퉁퉁 붓고, 초췌한 모습이 아니라 귀엽고 앳된 소녀의 모습이었다. 빗 바랜 사진을 복원해 살아 있는 사람처럼 재구성하는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기술력으로 복원한 영상 얘기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부터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에 ‘슈퍼노바’를 통해 독립운동가 모습을 재현한 동영상 미디어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슈퍼노바는 훼손된 흑백 사진을 고화질로 복원해 컬러 이미지로 전환하는 SK텔레콤의 자체 기술이다.
| 미디어아트에 나오는 안중근 의사 재현 모습.[사진=전선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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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 가량의 미디어아트 영상 속에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등 7명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처음에 흐릿한 흑백사진으로 등장해, 점차 컬러사진으로 변화면서 자신의 나이에 맞게 얼굴이 변화한다. 특히 유 열사와 안 의사에 모습에는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AI휴먼 기술을 추가했다. 재현된 유 열사의 모습은 어두운 모습에서 생기가 넘치는 16살 소녀의 모습으로 변하며 목소리까지 덧입혀지면서 묘한 감동을 준다. 물론 목소리는 남아있는 자료가 없어 성우가 재현했지만, 독립의지를 말하는 입모양과 순간의 표정들은 앳된 얼굴속에서도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거 사진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나쁜퀄리티 이미지와 좋은퀄리티 이미지가 모두 필요한데, 사실 유관순의 경우 좋은퀄리티 이미지가 없었다”며 “때문에 독립기념관에서 다양한 자료를 받아 좋은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작업을 먼저하고, 이 학습을 통해 거꾸로 나쁜이미지를 좋은퀄리티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학습도 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아트는 전시된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독립기념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가로×세로 3.2m, 높이 4m 규모의 4면 발광다이오드(LED) 큐브 조형물로, 독립기념관 한가운데 쉼터로 사용되던 잔디공간에 새롭게 설치됐다. 야간 개장시 계속 동영상이 보여지면서 불빛을 밝히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SK텔레콤은 챗GPT 기능을 탑재한 미디어로봇 ‘누리’도 선보였다. 누리는 현재 ‘함께하는 독립운동 체험관’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매 시간마다 체험관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독립운동에 대해 설명한다. 누리는 설명해주는 시간이 아닐때에는 주변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직접 풀어주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람객들이 ‘누리야’라고 이름을 부른 뒤, 독립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면 AI학습을 통해 습득된 정보를 대답을 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 질문 학습량이 적은데다, 체험내에 소음이 클 경우 엉뚱한 답변을 할 때도 있어 완벽한 미디어로봇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조형물을 증강현실로 구현해낸 모습.[사진=전선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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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옥외 전시물을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요소다. 관람객들이 바닥 곳곳에 설치된 큐알(QR)코드를 찍으면 증강현실을 통해 눈앞에 있는 조형물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설명은 꽤 상세하고, 증강현실 안에서는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에서는 사람이했던 도슨트(전시해설)를, 대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SK텔레콤의 미디어콘텐츠들은 지난 2020년 SK텔레콤과 독립기념관이 혼합현실(MR)·AR 에코뮤지움 구축 사업 협약을 맺은 뒤 선보인 결과물이다.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과 5개년 계획을 갖고, 콘텐츠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사람들이 독립운동가를 생각하면 멋지다보다는 초라한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번 기술을 통해 유관순 열사는 16살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의 밝고 힘찬 모습을 볼 수 있게돼서 좋고, 앞으로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