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계빚 관리·실수요 지원 '두 토끼' 잡으려면

  • 등록 2023-06-20 오전 6:15:00

    수정 2023-06-20 오전 6:15: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효과적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 금융지원 중 우선순위를 놓고 혼선이 있다. 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 연체율 상승에 따라 현행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5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 7개월만에 가장 크다.

후자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 지원을 위해 DSR을 일부 완화하자는 것이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역전세 위험에 직면한 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에서 올해 4월 52.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역전세 비중의 절반 이상이 계약 만료돼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DSR은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분자에 들어가는 원리금 범주에 주택담보대출 외 모든 대출 원리금이 합산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 금융지원이란 상충된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DSR 산정의 예외사항을 허용했다. DSR 산정 과정시 총부채에서 전세자금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의 원금상환액을 제외하고 이자상환액만 포함시켰다. 또 분양오피스텔에 대한 중도금 대출 등 일부 대출도 DSR 산정에서 제외했다.

최근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DSR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기존 전세보증액과 전세 시세의 차액에 한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DSR 적용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 발생 때마다 DSR 예외사항을 허용할 경우 자칫 DSR이 누더기 제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DSR 산정에 수시로 예외사항을 허용하는 조치는 개별 차주의 부채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안정적 DSR 운영을 저해한다. 또한 DSR 산정에서 제외되는 대출로 쏠림현상이 일어나 일종의 대출 풍선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생계비 조달을 위해 현금서비스 등 DSR 산정에서 제외된 고위험대출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DSR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관련 제도개편이 필요하다. 핵심은 차주별로 규제하는 현 DSR의 규제비율 적용을 이원화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주택관련 대출의 원리금 상환비율 규제는 총부채상환비율(DTI)로 규정하고 해당 규제비율을 28%로 정하고 있다. 또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비율인 ‘Household DSR’은 36%로 규제수준을 적용한다.

현행 차주별 DSR 비율을 일률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것보다 DSR의 적용범위를 대출종류별로 차등화하는 것이 좋다. 즉 주택관련 모든 대출을 현 DSR과 별도로 구분해 규제하는 DSR 제도개편이 필요하다. 이 경우 주택대출의 DSR 규제는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이 금융시장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주택관련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소득자 등 고신용자일 가능성이 높고 보증기관의 대출금 보증장치도 마련돼 있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확대에 따른 무위험 이자수익이 증대되는 대출인 셈이다.

반면 신용대출 등 주택 관련 이외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담보가 존재하지 않고 저신용차주 비중이 높아 대출의 부실 우려가 크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높아 자본금 규모 및 충당금 적립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주택관련 대출 이외의 DSR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DSR 규제를 주택관련 대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로 구분해 별도의 기준치를 마련하는 등 이원화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가계부채의 효과적 관리와 실수요 금융지원이라는 두 가지 금융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 방안이다. 이원화된 DSR 제도는 예외사항이 너무 많아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있는 현 DSR 제도와 비교해도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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