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비협조, 대북제재 구멍…김정은, '尹길들이기'

[대북정책 긴급 진단]
北, 체제 결속·핵 능력 고도화 위해 무력 시위 지속할 것
안보리 결의 등 대북제재, 핵무기 고도화 막지 못해
전작권 전환 대비 등 한미군사훈련 목표 명확해야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엔 '시기상조' 의견 다수
  • 등록 2023-03-21 오전 6:00:00

    수정 2023-03-21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오석·김관용 기자] 한미연합연습 ‘자유의방패’(FS)와 이와 연계된 실기동 훈련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를 핑계삼아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18~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한미를 겨냥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참관하면서 ‘핵공격태세 완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가 진행한 긴급 현안진단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 결속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을 목적으로 꾸준히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해 “기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를 `갑을관계`로 평가하고 이를 정상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시도”라며 “평양에 대한 무관심 정책을 지속하는 미 바이든 정부를 자극해 제2의 하노이 회담을 시도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단순한 핵보유 인정을 넘어 핵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핵무력을 통해 대남 군사적 지배력을 굳히고 한미동맹 이완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라며 “남북관계를 더욱 기울어진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20일 군산기지를 찾아 ‘결전태세’ 현장 점검 후 한미 연합 공군 전력 운용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합참)
文정부 대북 정책, 9.19군사합의 폐기 기로

지난해 북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무인기까지 동원해 서울 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를 지시하며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맺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남과 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안보 정책의 근간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총장)는 “북방한계선(NLL), 군사분계선(MDL) 중심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고, 우리 경제에는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어차피 북한 때문에 이행이 안 되는 상황인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군사적인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며 “당장 북한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항공 정찰 같은 것은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효력중지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군사합의 효력을 복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효력정지는 평가할만 하다”고 언급했다.

중·러 비협조…대북제재 무용지물

특히 전문가들은 유엔(UN)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가 꾸준히 발동됐음에도 상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철광석과 수산물을 수출하지 못하고 정유제품 수입에도 상당히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대북 제재가 북한의 민생 경제에는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것은 전혀 제약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경제적인 고통으로 아프게는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전략적 의도를 꺾거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반도 내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한미훈련 여부와 상관 없이 도발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화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미의 군사행동을 트집 잡아 본인들의 국방력 강화 훈련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공군이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측 F-35A 전투기와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 및 F-16 전투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오히려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 핵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한미훈련이 더욱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대응하는 연습이 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훈련의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며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 대비, 전작권 전환 시 한미 간 주도·지원 절차의 숙달 등 실질적 효과를 목적으로 훈련을 계획하고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딸 김주애 후계구도 아직 일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주요 군 행사에 동행하면서 후계자 내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정은 나이가 젊고 딸 주애가 아직 어리다는 점에서 ‘백투혈통’ 수령독재 체제 공고화를 위한 선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후계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담론과 정당화가 필요하다”면서 “김주애가 가진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김주애가 후계자 후보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원은 “4대 세습을 준비한다는 건 김정은 건강에 이상이 있다든가 백두혈통 내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정성장 실장은 “김주애가 공식 직책이나 권한은 없어도 김정은 다음가는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후계자로 내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김주애 후계자 내정을 주장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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