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객관성이다. 시장을 전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장을 전망할 때 기준으로 잡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기에 예상치 못한 메가 리스크(mega risk)가 갑자기 등장하면 과거에 기반한 전망 모델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 사례로 2020년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20년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 경제가 3.3%의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이 지난 4월에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6.3%포인트나 떨어뜨렸다.
물론 당시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라는 메가 리스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이상에야 그러한 갑작스러운 변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다. 여전히 시장 전망은 현재와 과거의 정보를 이용한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데 정보는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특정 연구자나 기관이 독점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문제는 그 정보에 대해 얼마나 객관성이 담보된 예측 모델로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같은 정보로도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면 미래에 대한 전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침체, 무역수지 적자, 고물가, 고금리 등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작년 하반기에 환율마저 1400원대까지 급등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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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없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닥터 둠(Dr. Doom)들의 헛소리일 뿐이다. 만약 정책 담당자들이 이러한 과도한 비관론에 현혹돼 객관적 시각을 가지지 못하면 심각하게 잘못된 정책 처방이 나올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핵심을 찌를 수 있는 합리적 사고다. 향후 한국 경제가 어떠한 경로를 가질지에 대해서 대부분 연구기관들의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 상반기가 어렵고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은 개선되는 추세라는 점에 큰 이견은 없다. 차이점은 하반기 경기 회복의 강도다. 회복의 강도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가 연착륙하느냐, 경착륙하느냐가 달려있다.
그 강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수출 경기의 향방이다. 여전히 대외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나 감소했다. 작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IMF가 올해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reopening)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개방은 분명 전체 수출 경기 회복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문제는 내수 부문이다. 그중에서도 소비다.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47%)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데, 올해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계의 구매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문에 민간소비가 일정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 전체의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역보험 확대, 수출선 다변화, 세일즈 외교 강화 등 수출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콘트롤 할 수 없는 대외 여건이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겠는가. 그보다는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고려해보고,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자금 경색을 완화하면서 필요한 실물 부문에 제때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노력해서 ‘되는 섹터’와 해도 ‘안되는 섹터’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되는 섹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