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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들의 기업 경영 개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서 “주주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광산업은 지난 14일 흥국생명의 전환우선주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시했다. 태광산업 지분의 5.8%를 가지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흥국생명과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태광산업 자금을 동원해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며 반발한 영향이다.
지난 4월에는 라이프자산운용이 SK그룹 지주사 SK에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4개월 뒤인 지난 8월, SK는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며 자기주식 2000억원어치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작년부터 터진 물적분할 이슈로 투자자 분노가 거세진 데다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인해 착하지 않은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주주 권리 요구는 이제 시작이다. 내년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훨씬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위기가 터지면 고질적으로 발생하던 대기업 재벌 간 금융거래 지원에도 드디어 브레이크가 걸렸다”며 “ESG 등 주주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다양화하기 위해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