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너무 빨라. 앞부분을 너무 빨리 연주하면 안 돼.” 최근 서울 서초구 한예종 서초동 캠퍼스 4층 이강숙홀. 한예종 영재원 음악분야 학생들의 실내악 연주회 리허설이 진행됐다. 무대 위에선 오보에 전공 학생들의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를 마친 뒤 선생님이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자 학생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아직 무대가 낯설 법한 나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에선 긴장감 대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어진 플루트 전공 학생들의 리허설에선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리허설이 끝난 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셀카’를 같이 찍자고 권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승과 제자간의 엄격함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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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주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년여 만에 열렸다. 한예종 영재원을 다니고 있는 음악분야 학생 28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의 나이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피아노 2중주(2팀), 피아노 포핸즈(2명의 피아니스트가 1대의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는 것), 성악 듀엣, 피아노 5중주, 현악 4중주, 플루트 4중주, 오보에 3중주, 클라리넷 4중주 등 총 9팀으로 나뉘어 무대를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영재’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만 대부분 이미 준프로급 연주자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영재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금호문화재단의 금호영재콘서트로 이미 데뷔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주자도 있었다. 한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처음 무대에 서는 날이라 공연이 더 기대된다”며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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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영재원은 일반 학교와는 별도로 매주 토요일 주 1회 진행되는 교육 과정이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선생님으로 참여해 학생과 1대1 교육을 한다. 스승과 제자가 예술로 서로 교감하는 모습은 한예종 영재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교육 방식이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임윤찬도 이곳에서 피아노의 재능을 갈고 닦았다. 12세 때 한예종 영재원에 입학해 스승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의 가르침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임윤찬은 콩쿠르 우승 이후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손민수 선생님은 제 인생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셨다”며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예술가는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손 교수 또한 “한예종 영재원에서 처음 만난 윤찬이는 매주 저에게 곡을 가지고 와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저 또한 윤찬이를 통해 진정한 자유, 음악의 힘을 느꼈다”며 제자로부터 오히려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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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예종 영재원을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한예종에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입학 전형을 치러야 한다. 한예종 영재원 관계자는 “한예종과 한예종 영재원 사이에서 연계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며 “다만 한예종 영재원에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많다 보니 한예종에 입학하는 비중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