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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첫 책 출간 뒤 내놓는 신작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수성하는 믿고 보는 작가 유시민(63)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년만에 여행 작가로 복귀했다. 2019년 ‘유럽도시기행 1권’을 펴낸 이후 여행기 시리즈 두 번째 책 ‘유럽도시기행 2권’을 들고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번 새 책 역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종합 16위에 진입했다. 정치인 유시민으로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서점가에선 ‘시대의 이야기꾼’이 맞다.
그가 최근 강연장에 섰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교보문고 유명 저자 초청 강연 프로그램 ‘명강의 빅(Big)10’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강연으로 대체해왔던 교보문고는 이날 작가 유시민의 강의로 2년 6개월여 만에 대면 강연의 시작을 알렸다.
유시민 작가는 달변가답게 좌중을 압도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을 가리켜 ‘생계형 작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1988년 데뷔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펴낸 이후 소득 대부분이 인쇄수입이었다. 35년 동안 쭉 그래왔다”며 “책을 내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다. 매년 한 권 씩은 꼭 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정치) 해석이 필요가 없더라. 심오하고 아카데믹한 비평이 필요하다면 해석하겠는데, 너무 투명해 가지고 비평할 일이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꺼내놓기도 했다.
유 작가는 평민당 시절 당시 이해찬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데뷔한 이래 대한민국 제16·17대 국회의원과 제44대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친노 대표주자로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면서 2013년 정계를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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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의심한다.” 다작 작가인 그가 인문역사서 집필을 그만두고 여행서를 쓰는 이유다.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역사의 역사’, ‘나의 한국현대사’ 등을 통해 신랄한 논평과 전문지식을 쏟아내 이른바 ‘지식소매상’으로 주목받았던 그다. 특히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초판 출간 이후 100만부 이상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 올 상반기에도 세계사 분야 판매 1위를 차지한 책이다.
그럼에도 유 작가는 “여행서는 집필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나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를 옛날만큼 못 믿는 것”이라며 자신이 노년에도 쓸 수 있는 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사회적 논의를 포함한 까다로운 책 대신 대중에 편안히 읽히는 여행서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신호를 위반해 딱지가 날라오고 그래요. 분명 좌회전 신호를 받고 돌고 보니 직진 신호였던 거예요. 바로 알아챈 뒤 그 자리에 섰는데 황망했죠.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떨어졌다는 거잖아요. 조심해야겠다, 몸 사리게 되더라. (인문·경제·역사·정치비평 책 출간) 그 정도 했으면 됐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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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시와 인간,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지적 통찰력이 도시가 품은 가치와 맥락, 의미 있는 서사들과 어떻게 교감하는지 보여준다.
이날 강연에서는 20대 청년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 받기도 했는데 그는 “잘못 말하면 꼰대소리 듣고, 마음에 들려면 아부해야 해서 안 한다”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들을 유리그릇 다루듯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이 힘들다는 거 안다. 다만 세대마다 자기 고민이 있고,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잘 살고, 자기 앞가림만 잘해도 칭찬받는 시대”라며 “집 사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기성세대(부모님) 죽고 나면 그 집에서 살아라. (출산율 저조로) 지나고 나면 집 남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군대 가야 하고, 여학생들보다 학점도 낮다. 남자들 화낼 만하다”면서도 “화를 내려면 제대로 내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일흔 살까지 2년에 한 권씩 유럽 여행기 시리즈(총 5권)의 남은 3권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유럽 도시 기행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여행지를 사전 답사하고, 집필을 위해 다시 도시를 방문하는데, 하루에 10~14km씩 걸어야 하기 때문에 유 작가는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2년 안에 나올 3권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바르셀로나·마드리드·리스본·포르투로 향한다.
“도시의 건출물을 만난다는 것은 곧 사람을 만난다는 거예요. 본연의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외적 자극을 계속 줘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거죠. 나를 알고 감정을 진하게 느끼기 위해 유럽 도시를 다닙니다.”
유 작가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인생이 그렇듯 여행도 정답은 없다.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면 그만이다. 이번에도 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평가는 하나뿐이다. ‘흠, 이 도시에 이런 게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