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대표 “변동성 장에도 잃지 말자…로보어드바이저 뜨는 이유"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 인터뷰①
하락장에 방어 목표…올해 '위험관리' 구간 돌입
장기 자산배분 수요도 쑥…MZ세대와 장기 여정
연내 B2C 앱 버전2·로보 연금 서비스 출시 계획
  • 등록 2022-04-19 오전 6:06:00

    수정 2022-04-19 오전 6:06:00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증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직접투자가 많이 늘었지만 올해 들면서 전문가의 자산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습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투자성향은 예상보다 공격적이지 않고, 노후를 대비해 장기적인 자금 굴리기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이들과 투자 여정을 같이 하면서 자산이 충분히 형성될 때까지 기여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자문과 자산을 운용하는 서비스다. 조 대표는 2005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을 거치며 국내에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 첫 도입을 이끈 인물이다.

그가 초분산 투자 상품인 EMP 펀드 관련 방대한 자료를 만들어 여의도를 뛰어다닌 것은 자산 배분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해외까지 시야를 넓힌 이후엔 국내 운용역만으로 여러 자산을 시시각각 들여다보는 데 한계를 느꼈고,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국내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쿼터백운용 창립에 합류한 출발점이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홍래 쿼터백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B2B로 내실 다지고, B2C 공략…“변동장이 기회로”

창립 초기엔 투자자문을 중심으로 기업간거래(B2B)부터 영토를 확장, 비대면 투자일임이 가능해진 2019년 4월 이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고객이 투자를 수행하는 자문형 △로봇이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운용까지 하는 일임형 등으로 나뉜다. 쿼터백이 일반 소비자들보다 B2B에서 잘 알려진 이유다. 올해까지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주요 고객사 20여곳과 협업 중이다. 금융권 출신 ‘맨파워’로 금융권의 입맛을 공략했다.

조 대표는 “기술력과 함께 펀드 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인력들과 금융권에서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했고, 로보어드바이저 B2B 업계에서 ‘국내 최초’ 수식어를 단 대부분의 상품을 쿼터백이 내놓았을 것”이라며 “B2C를 제도적 이유로 늦게 시작하게 됐지만 그동안 큰 틀에서 마케팅보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다른 업체보다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에서 직접투자 대신 간접투자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는 평이다. 최근 삼성전자(005930) 등 국민주로 떠올랐던 대형주들이 통화 긴축, 러시아 전쟁,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에 펀더멘털 대비 못한 성적을 내면서 개인 투자심리가 크게 꺾인 양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은 19조7000억원으로 지난 4분기 대비 13% 감소, 2021년 1분기 대비로는 42% 줄었다. 개인은 1분기 중 13조원대로 절반 가까이 꺾였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신규 유입되는 고객 수는 많지 않지만, 기존 고객 자금의 자금 유입은 확대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투자에 새로 입문했던 MZ세대들이 자산배분도 필요로 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엔 기회가 왔다고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하락장을 만들었던 2018년 ‘크리스마스 악몽’ 때에도 겨울 진입 전에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에 주식비중을 줄였는데, 이번엔 지난 3월부터 위험관리 구간에 돌입하면서 포트폴리오 공격적 자산 비중이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수익만큼이나 리스크 관리 중요…결국 잃지 말아야”

로보어드바이저의 강점은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에도 객관적 지표에 기반해 감정에 동요없이 투자 원칙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점이다. 쿼터백운용의 글로벌 자산관리 시스템은 365일 24시간 데이터를 모니터링한 뒤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동적으로 변화한다. 예컨대 글로벌 주식비중은 탑다운 관점에서 글로벌 경기·바텀업 관점 기업 이익·추세 추종 성격이 강한 기술적 요인 신호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만약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부정적으로 변한다면 주식이 하락할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근거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게 된다.

조 대표는 무엇보다 워렛 버핏의 ‘잃지 마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으로 꼽았다. 그는 “펀드매니저 시절 때 국내 주식 운용을 맡았는데, 시장이 1% 빠진 국면에서 펀드가 0.5% 빠졌는데 (덜 빠졌다는 이유로) 회식을 했고, 공감하지 못했다”며 “개별 종목이나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산배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작은 금액이 모여서 연 복리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고, 수익만큼이나 위험관리도 중요하다”며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로보어드바이저 성적이 부진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연간 목표하는 수익률을 잘 지키면서 하락장을 방어해온 것이기 때문에 억울하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쿼터백은 자체 사후관리시스템을 통해 별도 위험관리 지수를 측정한다. 중장기 흐름에 대응하면서 월별로 시장심리가 급격히 훼손될 수 있는 상황에 대응, 이를 고객들에 쿼터백 모닝콜을 통해 일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투자성향별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목표로 하는 연간 수익률 기준은 △안정적 3~4% △중간성향 6~7% △공격적 9~10% 수준으로 본다고 짚었다.

쿼터백 앱활성화 주력…버전2부터 연금 서비스 계획도

B2C 공략을 위해 2019년 4월 상용화한 비대면 자산관리 앱 ‘쿼터백’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와 기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춘 게 특징이다.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보다 소액으로 투자해 자산배분 솔루션을 누릴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넣었다 하면 올랐던 시대가 점차 막을 내리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위축됐지만, 이 기간 재테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비대면 문화도 확산됐다. MZ세대도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있다.

이에 쿼터백운용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B2B와 B2C가 각각 7대 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향후 점차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르면 상반기나 연내에는 쿼터백 앱을 크게 개편해 버전 2로 선보일 계획이다. 투자성향부터 입금 금액 확인까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을 강화하고 있다. MZ세대들이 주목하는 테마도 추가할 예정이다.

연내 연금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연금이 원리금 중심으로 수익률이 안 나오는 경우에 대한 대안으로 궁극적으로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측면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앱 내에서 본인 연금을 불러와서 쿼터백이 진단을 하고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로 바꿔주는 형태인데, 관련 제도 변화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실적목표에 대해선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데 이어 올해에도 전년 대비 성장을 예상한다”며 “미식축구에서 공격할 때 휘슬이 불리면 던져주는 ‘쿼터백’이란 이름처럼 변동장에서도 적재적소에 솔루션을 던져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사로 장기적인 투자 여정을 함께 하는 운용사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홍래 대표는?

△1980년 출생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2015년 쿼터백자산운용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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