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 27일 가봉 산림 전경(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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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수 주가봉대사] 최근 산림 보전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해법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면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방법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숲 속 나무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산림보전은 가장 효율적이고 자연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응 해법이라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 산림은 매년 76억 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지구 온난화 방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고, 특히 중앙아프리카 산림 지역은 매년 6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세계에서 기후변화 대응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가봉은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1.2배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88%가 열대 우림으로 덮여 있습니다. 가봉은 열대 우림을 통해 매년 자국 배출량의 4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순(純)흡수국이며, 배출 대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후변화 대응 모범국입니다. 가봉 주변 콩고분지의 열대 우림은 대기 순환을 통해 나일강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하고, 이는 동 지역 농업용수 공급과 곡물 생산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또한, 가봉의 열대우림은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산림 코끼리 60% 이상에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보호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가봉은 작년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아프리카 그룹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 열대 우림 보호를 위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아프리카 산림 이니셔티브(CAFI)에 이사국으로 참여하여 열대 우림 보호에 기여하고 있고, COP26에서도 ‘글로벌 산림 재원 서약’에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참여하여 개도국 산림 보호 지원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COP26 계기 개최된 한-가봉 산림 당국 간 양자회담에서 가봉은 우리 산림복구 경험과 선진 기술 공유를 적극 요청해 오기도 했습니다. COP26에서 합의된 파리협정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한국이 가봉의 산림에서 국외감축원을 발굴할 가능성도 있으며, 양국 간 산림협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한-가봉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가봉은 한국의 오랜 우방국으로 그간 우리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대서양과 중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 석유, 망간 등 풍부한 천연자원, 정부의 강력한 경제 개발 의지와 리더십 등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위기 상황에서 가봉의 우리 진단키트 구매와 우리의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양국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신뢰가 제고되었습니다. 공동의 위기대응을 통해 양국 협력이 다방면으로 확대될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는 5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세계산림총회(WFC)는 세계 최대 산림행사로서 양국이 산림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모쪼록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양국 관계의 지평이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협력으로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