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장참가자들의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역대 최고를 돌파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10월7일부터 13일까지 증권·자산운용·은행·보험·연기금·공제회에 속한 회사채 전문가를 대상으로 32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Rating by edaily)을 진행했다.
회사채 업무경력 1년 이하를 제외한 유효응답자는 154명으로 31회 SRE에서 206명을 기록했던 것보다 크게 줄었다. 경력 10년 이상인 응답자는 89명(57.7%)으로 지난회 114명(55.3%)보다 감소했고, 경력 7~9년 응답자는 20명(12.9%)으로 지난회 25명(12.1%)과 비슷했다. 경력 1~3년은 17명(11%)으로 지난회 30명(14.6%)보다 소폭 줄었고, 4~6년은 38명(24.6%)으로 지난회 37명과 거의 변동이 없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30회에 6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31회 62명, 32회 52명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매니저는 61명(39.6%)으로 지난회 97명(47.1%)보다 대폭 줄어들었고, 채권 브로커는 15명(9.7%)을 기록했다. 지난회 브로커 수는 19명(9.2%)이었다. IB 등 기타는 26명(16.8%)으로 지난회(28명·13.6%)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평가사 신뢰도, 한국신용평가 1위 이변
32회 SRE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평가사별 등급신뢰도에서 6회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한국기업평가가 한국신용평가에 밀려난 것이다. 한신평은 등급신뢰도에서 3.86점을 얻으며 지난 2017년 상반기에 열린 25회 SRE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한 번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한신평은 28회 SRE에서 신뢰도 3.63을 기록한 뒤 꾸준히 점수가 상승해 마침내 32회에서 한기평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SRE자문위원은 “한신평은 최근 마켓FAQ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면서 “각 신평사 별로 보고서에 큰 차이가 있기보다 소소한 시장의 궁금증을 듣고 바로 기획으로 나오는 일종의 ‘온디멘드(On-Demand)’형태 정보 제공에서 한신평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3.84점으로 한신평에 0.02점 뒤지며 신뢰도 2위로 밀려났다. 지난 30회 3.95점으로 최고 신뢰도를 기록했던 한기평은 그러나 이후 31회에서 3.85로 점수가 0.1점 하락한 데 이어 32회에서도 전 회보다 0.01점 낮아진 3.84로 결국 한신평에 추월당하게 됐다.
이에 대해 SRE 자문위원은 “과거에는 절대자 한기평과 2위 그룹인 한신평, NICE신용평가의 대결이었다”면서 “현재는 세 평가사에 대한 신뢰도가 비슷한 수준으로 바뀐 점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신뢰도 3위를 차지한 NICE신평 역시 3.78점으로 2위인 한기평과 격차가 0.06점에 불과하다. 31회에서 1위 한기평과 NICE신평의 점수차는 0.18점이었다.
보고서 만족도에서는 NICE신평이 3.87점으로 한신평과 한기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신평은 3.86점, 한기평은 3.71점이었다.
SRE 자문위원은 “한기평 보고서를 시장에서 여전히 제일 많이 보기는 하지만 만족도는 제일 낮게 나왔다”면서 “과거부터 한기평 보고서를 보는 사람이 많지만 보고서 만족도가 낮아지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차별 신뢰도에서 7년 이상 응답자(109명) 중 한기평에 대한 신뢰도는 3.75점, 한신평에 대한 신뢰도는 3.76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1년~6년차(45명)는 한기평 4.04점, 한신평 4.11점으로 한신평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1년~3년차(17명) 역시 한기평 4.06점, 한신평 4.18점으로 한신평에 높은 점수를 줬다. NICE신평은 7년 이상에서 3.65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1년~6년에서 4.09점으로 한신평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1~3년차에서는 4.24점으로 1위에 올랐다.
품질개선 노력에서는 NICE신평이 3.96점으로 31회(3.93점)에 이어 1위를 기록했다. 한신평은 3.88점으로 2위, 한기평이 3.69점으로 3위였다. 31회에서는 한신평과 한기평이 3.78점으로 공동 2위였다.
등급 신뢰도 역대 최고 기록 다시 한번 갈아치워
시장전문가들은 한기평, 한신평, NICE신평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발표하는 신용 등급 신뢰도에 대해서는 5점 만점에 3.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는 지난 31회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3.79점보다 0.14점 높은 수치다.
신용등급 신뢰도는 26회 3.7점, 27회 3.78점으로 점차 상승하다가 28회에 3.73점으로 잠시 주춤했다. 이어 29회 3.78점, 30회 3.75점을 기록한 이후 31회에 3.79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32회 SRE에서 다시 한 번 이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SRE 자문위원은 “전반적인 신평사에 대한 신뢰도 점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면서 “3.7점과 3.9점은 의미있는 차이가 있는 수치로, 이 정도면 거의 만점이라고 보면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등급조정 속도 적당하다 ‘압도적’
이에 대해 32회 SRE 응답자의 87.6%(135명)는 ‘현재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는 적당하다’고 봤다. 이는 지난 31회 등급조정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비율(157명·76.2%)에 비해 높아진 수준으로, 응답자 중 대다수가 신평사 등급 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답한 것이다.
‘하향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세 명(1.94%)에 그쳤다. 31회에서 하향 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본 응답자는 38명(18.4%)이었다.
반대로 ‘상향 조정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8명(5.1%), ‘상향 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도 8명(5.1%)으로 집계됐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47명(30.5%)이 현재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봤고, 하향 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SRE 자문위원은 “작년에 등급 하향이 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등급 상향이 더 많다”면서 “등급 조정 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3대 신평사는 이번 조사기간인 지난해 10월1일부터 지난 9월30일까지 1년간 50개 기업 등급(평가사별 중복포함)을 올렸고, 48개사의 등급을 하향했다. 등급전망(아웃룩·워치리스트 포함)의 경우 상향이 88개, 하향이 117개를 기록했다.
아웃룩·트리거 소폭 상승
SRE 자문위원은 “아웃룩과 트리거에 대한 신뢰도가 3.5~3.7로 유지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아웃룩과 트리거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