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회당 제작비가 95억 원이고 <더 크라운>은 119억 원이라고 한다. 또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시리즈 <완다 비전>, <더 팰컨> 등은 회당 제작비가 무려 296억 원에 달하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만달로리안>의 회당 제작비도 178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비교분석을 해놓은 미국의 매체들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주목하고 있는 건 투자 대비 성과인 ‘가성비’다. 미국에서는 디즈니 같은 거대 공룡 콘텐츠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TV쇼의 비용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데, 그래서 <오징어 게임>이 보여주는 가성비는 넷플릭스가 그간 로컬 제작사와 협업을 해온 전략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넷플릭스는 ‘로컬의 글로벌화’를 주창하며 지역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상생을 기업의 모토처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한국 콘텐츠들이 로컬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한 반향을 일으키며 그 위상을 높여온 건 사실이다. <비밀의 숲>에서부터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그 일련의 성공에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로컬 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투자에는 치솟는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의 제작비보다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률이 가능한 로컬의 가성비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성비’에 대한 해외 언론의 충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적은 비용으로도 이 만큼을 만들어낸다는 이른바 ‘국뽕’에 도취할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 콘텐츠업계의 노동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즉 가성비는 능력이 좋아 가능한 것이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들이는 노동에 비해 제대로 비용이 지불되지 않는 그 사각지대에 의해 가능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업계나 애니메이션업계에서는 한국 제작사들의 가성비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해외 제작업체들의 하청이 적지 않다. 적은 노동비에도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성비는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정당하게 받아야할 노동의 대가를 몸으로 때운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언급되고 있는 가성비도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된 결과일 수 있다.
가성비의 이면에는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 출연료가 만들어내는 양극화와 더불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몸으로 때워야 하는 현장 스텝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즉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의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한 위상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지만, 그 이면에 ‘가성비’로 포장된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산업재해 같은 그림자들 또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에 맞는 보다 정당하고 정상적인 제작비에 대한 요구가 전제되어야 하고, 배우와 스텝으로 양극화된 노동비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콘텐츠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제작 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찾아가는 데서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