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을 희망하는 국민에게 1인당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의 지난해 참여자 중 절반이 취업에 실패했다. 그나마 취업한 훈련생의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까지 고려하면 취업률이 30%대로 뚝 떨어진다.
30만명이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취업 후 6개월 이상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9만명 뿐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취업 지원 서비스가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취업률과 지원확대에만 몰두하면서 고용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뒷전으로 미룬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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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원훈련을 받은 훈련생은 총 31만 6351만명었지만 수료 후 취업한 훈련생 수는 15만 3108명에 그쳤다. 취업률은 54.2%다. 훈련 중도 포기 등 직업훈련을 수료하지 못한 훈련생도 3만 3869명에 달했다.
내일배움카드는 급격한 기술 발전에 적응하고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국민 스스로 직업능력 개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훈련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부터는 프리랜서 등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확대·개편했다. 이에 직업훈련을 희망하는 국민은 5년간 300~500만원까지 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내 노동시장은 직업별 노동시장이 아니라 기업별·학력별 노동시장이라 특정 직업훈련을 듣는 것만으로 취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이 정도 취업률을 내고 있다는 건 다른 직업훈련 사업과 비교해 성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업훈련을 수료한 후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비율까지 고려하면 취업률은 30%대로 더 떨어진다. 최근 5년간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은 해마다 60%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개월 고용유지율은 내년 1월에 확정될 예정이지만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31만명의 훈련생 중 6개월 이상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9만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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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취업률과 고용유지율 개선 없이 내일배움카드를 확대하는 것은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고용보험기금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일배움카드 사업 예산의 대부분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추경 등을 통해 사업 예산이 1조 806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중 고용보험기금이 담당한 부분만 9746억원에 달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 그렇듯 직업훈련 지원도 단기 취업률 성과에만 목을 매면서 취업률과 고용유지율 수준이 개선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 등 구조적인 부분도 고려해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평가와 고용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기업이 주도하는 직업훈련은 훈련생의 교육 의식도 고취하고 취업 성과도 상대적으로 일반 직업훈련보다 더 낫다”며 “훈련 자체에 대한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주도 직업훈련의 비중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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