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업계가 한국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국내 CRO 업계 관계자는 국내 CRO와 글로벌 CRO의 경쟁력 차이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경쟁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임상시험 대행 경험을 꼽았다.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대행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풍부한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한 글로벌 CRO보다 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설명이다. 이재연 LSK Global PS 이사는 “CRO 산업은 경험이 좌우한다. 국내 CRO들도 다양한 글로벌 임상시험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국내 CRO 중 글로벌 임상을 경험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CRO(38개사)는 지난해 매출 중 글로벌 임상 매출이 4.6%에 불과했고, 국내에 진출한 해외 CRO(11개사)는 글로벌 임상 매출이 76.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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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CRO, 타임-퀄리티에서 우위
특히 그는 “글로벌 임상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임상시험은 환자를 얼마나 빨리 모집할 수 있는지와 질환 관련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임상 사이트를 전 세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CRO들은 글로벌 임상 사이트 확보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에서 열세를 보인다. CRO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CRO는 글로벌 임상을 하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면서 “몇몇 기업들은 설립 당시부터 글로벌 임상을 목표로 거액을 투자해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지만, 그 외 CRO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내 CRO끼리 가격경쟁을 하고 질 낮은 서비스로 제살깎아먹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CRO 낮은 경쟁력, 제약사-국가적으로 타격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임상시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글로벌 CRO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갑질을 당했다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임상을 추진했던 한 제약사 관계자는 “비싼 비용에도 이름값을 믿고 성공적인 임상을 위해 글로벌 CRO에 서비스를 맡겼지만, 불친절하고 성의없는 서비스로 임상시험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글로벌 CRO의 메인 고객은 다국적 제약사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 제약사나 바이오텍들은 뜨내기 수준일 수밖에 없다. 돈을 주고도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뀐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RO 지원법 강화-해외진출 지원체계 설립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CRO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 역량 있는 CRO가 많아질수록 신약개발 및 해외진출은 더 용이해지므로 국내 CRO와 제약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CRO 업계는 △CRO 지원법 강화 △민관협동 해외진출 지원체계 설립 △CRO 우수인재 확보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진형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제약산업 특별법에 국내 CRO 기업도 제약산업 지원대상임을 명문화하고,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내 CRO 산업을 명확한 산업군으로 분류해 기업수, 매출액 등 통계확보를 통한 지원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CRO 자율 등록제에 등록된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해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외진출 노하우 및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정부와 경제단체 및 CRO 관련 기관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CRO의 효율적인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며 “CRO는 인력이 70%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인력 고도화와 우수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