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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서 공기청정 기계설비를 만드는 벤처기업 A사는 오는 7월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직원 30여 명을 둔 이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과 신사업을 대비해 올 초부터 연구개발 직원 3~4명 채용에 나섰지만, 지금껏 단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서울에서 먼 곳에 회사가 있는 데다가, 급여 수준도 대기업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A사 대표는 “우리 같은 성장기업은 납기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샘, 주말 근무나 하루 종일 출장을 가는 일도 허다하다”며 “기존 직원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려면 사업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최근 외국인 입국이 막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천안 한 주물업체 대표는 “기존 12시간 2교대 근무에서 3교대 8시간 근무로 바꾸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회사에 직원이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며 “주문 받아놓은 일감을 소화하기도 벅차 새로운 일감은 수주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김치업체 사장도 “최근 중국산 알몸김치 파동으로 주문이 밀려오는데, 주 52시간제가 발목을 잡을 판”이라며 “기존에는 주 40시간만 일해도 돼 걱정을 안 했는데, 지금은 납기를 맞추려면 야근에 주말까지 공장을 돌려야 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