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모 변호사, "믿는다"고 말한 이유

  • 등록 2021-01-30 오전 7:00:00

    수정 2021-01-30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변호를 맡아 비난을 받은 정희원 변호사가 지난 29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해를 풀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이 인터뷰에서 정인이 사건을 맡은 이유에 대해 “변호를 맡을 때만 해도 정인이 양모 장모 씨가 자신이 한 행위를 전혀 자백하지 않을 때였다. 우리가 자백을 이끌어내고 양모가 한 행위에 맞는 처벌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 처음엔 이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사임을 고민하기도 했다”며 “(장 씨가) 모든 걸 사실대로 다 털어놓는 조건으로 변호를 맡았는데, 자신의 행위를 자꾸 축소해서 말했다. 사건 정황이나 증거와 비교했을 때 장 씨의 말이 안 맞는 게 많았다. 그래서 다시 물으면 조금씩 사실을 말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정인이 양부모 변호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선에 대해 “변호사로서 신념을 갖고 일한다. 우리는 거짓을 말하거나 숨기는 걸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씨가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잘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보다 과장된 면이 있다”며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형이 높게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다른 사건과 비교해서 과도하게 형이 나오는 것은 막고 싶다”고 밝혔다.

또 “장 씨가 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받는 건 당연하지만 하지 않은 행위까지 처벌받아선 안 된다. 이 사람이 악마가 된다고 해서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양부모의 변호인 정희원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 씨를 믿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는 건 믿는다. 재판에서도 언론에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며 “장 씨가 정인이의 심각한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죽을 거라는 걸 알았는데, 서서히 죽으라고 놔두고 첫째를 등원시키면서 40분 동안 집을 비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게 살인죄를 추가하기로 했다. 공판이 끝난 뒤 정 변호사는 “저도 저희 피고인을 보는데, 알면서 일부러 때릴 것 같진 않다”며 “저는 믿고 있다. 밟은 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인양 양부 안모 씨에 대해선 “실제로 얘길 해보면 양부에겐 믿음이 간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양부는 정말 정인이 상태를 몰랐던 것 같다. 양부는 아내에게 ‘왜 애한테 이렇게 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라기보단 ‘그래 애가 잘못했네’라며 아내의 기분에 맞춰주는 사람이다. 아내의 기분이 풀리면 애한테 더 잘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정황을 놓고 봤을 때 변증법적으로 양부가 몰랐을 리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간접 증거만으론 알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했다.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안 씨는 아동 유기와 방임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 21일 시민단체 서민생대책위원회는 안 씨를 살인 공모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모 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변호사는 “안 씨가 아주 힘들어한다. 아이를 죽인 아빠로서 벌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법리를 다투는 이유는 첫째 아이 때문이다. 자신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누군가는 첫째를 키워야 한다. 양부가 없으면 첫째를 키울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양부는 생계도 막막하다. 회사에선 해고됐고 얼굴이 알려져 장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첫 공판이 끝나고 양부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고 말했다. 앞으로 첫째 아이는 죄가 없는데 손가락질 당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엄마가 한 행위를 보게 될 거다. 장 씨가 하지 않은 행위까지 한 것으로 재판 결과에 남겨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인 양 양부모의 친딸인 첫째 아이는 현재 양부 안 씨와 지방에 내려가 있다고. 정 변호사는 “거기까지 사람들이 쫓아와서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때 아이에게 아빠 욕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첫째 아이는 죄가 없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또 안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정인양을 보러 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첫 공판 때 안 씨가 탄 고급 외제차와 ‘수임료 3억 원’ 소문에 대해 “안 씨가 탄 차는 내 지인의 차였다”며 “3억 원 받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일반 사건 수준으로 받았다. 접견도 많고 공판도 길어서 일반 사건과 비교하면 사실 손해”라고 밝혔다.

16개월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모씨가 탄 차량이 나오자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돈이면 모든 사건을 맡느냐’는 비난에 대해 그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으로 수임의뢰를 받은 적 있다. 정인이 사건으로 내가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금액 이상을 제시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못을 비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정인양 양부모가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게 두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국선 변호사라고 수임한 사건을 대충하지 않는다”며 “다만 정인이 양부모에게 낮은 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라면, 모든 형사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동학대도 굉장히 심각한 범죄이지만 그것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잔혹한 범죄도 많다. 변호사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당사자의 법적 지식의 수준에 따라 형이 정해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두는 등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한 ‘천안 계모 사건’의 피의자인 성모 씨의 변호도 맡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담당 사건은 아니고 다른 변호사 사건”이라며 “이름을 함께 올려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인양 양부모가 살인 등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정인양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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