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文대통령과 민심의 부동산 ‘동상이몽’…왜?

文대통령, ”부동산 안정화“ 발언 후 민심 요동
똑같은 부동산 시장 보는 시각 극과 극…왜
양대 부동산 통계 표본추출·조사방법 모두 달라
양대 통계 모두 ‘주택안정’ 가리켜야 ‘동상동몽’
  • 등록 2020-08-17 오전 8:50:03

    수정 2020-08-17 오전 8:50:03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이와 같은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합니다.”(8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중 관심을 끈 것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판단입니다. 부동산 민심이 날로 나빠져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었지만,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전달한 것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의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민심의 부동산 ‘동상이몽’ 왜?

일단 민심은 문 대통령의 시각에 공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8월 2주차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39%에 불과했습니다. 전주 대비 무려 5%포인트 급락한 겁니다. 6월 3주차(60%→55%) 이후 두 달 만에 최대 하락폭입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3%였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정평가 이유입니다. 부정평가자 중 가장 많은 35%는 ‘부동산 정책’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2순위와도 격차가 큽니다. 2순위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였는데 12%를 나타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부정평가 이유 1순위에 오른 것은 7월 2주차부터 6주(25%→23%→35%→30%→33%→35%) 연속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부동산 시장에 안정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입니다. 똑같은 부동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과 국민들의 체감은 왜 다를까요.

부동산 통계 지수부터가 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점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참고하는 반면, 상당수 언론과 국민들은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KB부동산’ 통계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최근 통계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 발언을 꺼낸지 하루 만인 지난 11일 MBC와 인터뷰를 갖고 “정부는 감정원에서 만들어내는 주택가격지수라고 하는 것을 공식 통계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통계”라면서 주택가격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6월에는 0.1%, 그러니까 주간 단위로, 0.1%, 0.2% 이상씩 상승했었다.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라면서 “이 정도 상승률이면 연율로 따지면 7%, 8% 또는 10%가 넘어가는 그런 불안한 조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6월부터 적극적인 정책을 하면서 7월 하순 이후부터는 서울의 주택 가격도 그리고 특히 강남 4구의 경우에는 뚜렷하게 그 상승폭이 축소됐다”면서 “지난주의 숫자로는 서울 전체 가격지수의 상승률이 0.04%, 강남 4구는 0.02%”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KB부동산 통계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납니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대 수치도 클 뿐 아니라 전주(+0.39%)보다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습니다. 강남4구의 평균 상승률도 0.51%로 상당했고, 전주(+0.31%)보다 역시 상승폭이 확대됐습니다.

일단 표본에 차이가 있습니다. KB부동산의 경우 표본주택이 3만4495호인데, 그 중 아파트만 3만327호로 87.9%에 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지요. 반면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동향지수의 경우 표본주택 수가 2만6343호인데, 아파트는 1만5588호로 59.2% 정도입니다. 정부는 감정원의 표본이 전체적인 우리 주택시장 상황을 좀 더 잘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 KB부동산의 경우 좀 더 주목도가 높은 정보를 나타낸다고 평가되지요.

가격 조사방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KB부동산의 경우 표본주택이 거래된 경우에는 실거래가를, 거래되지 않은 경우에는 매매(임대)사례비교법에 의해 조사된 가격을 해당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직접 입력합니다. 주로 ‘호가’가 입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경우 전문조사원들이 현장조사를 하는데, 해당 표본이 거래된 경우 실거래가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감정가를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호가가 상당수 좌우하는 KB부동산 지수의 경우 실제 가격이 아니라 기대 가격이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입니다.

유례없는 부동상 정책 패키지, 이번엔 성공할까

시장이 참고하는 양대 통계 성격이 좀 다르지만, 그건 아무튼 금명간 부동산 시장이 ‘꺾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정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례없던 4대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는 자신감입니다.

문 대통령이 10일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보유 부담 제고와 단기투자 과세 강화 △주택대출 규제강화와 갭투자 차단 등 과잉 유동성의 주택시장 유입 차단 △실수요자들을 위한 공급대책 △임차인 계약갱신 기간을 2년에서 추가 2년으로 늘리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 등의 4대 정책 패키지를 일일이 나열한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넘치는 유동성 등 부담 요소가 있어서입니다. 우리 주택가격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향후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과다 유입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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