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등에 업고 '스몰캡 연구원' 뜬다

코로나19 이후 `업종망라 종횡무진` 스몰캡 주목
3년차 맞은 코스닥 기술분석 사업…"양보다 질로 보답"
다만 기관·외국인 위주 분석 여전…"스몰캡 관심없다"
  • 등록 2020-05-11 오전 1:30:00

    수정 2020-05-11 오전 1:3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등장한 이른바 `동학 개미`를 위해 이른바 스몰캡이 약진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움직임이 무거운 대형주 대신 똘똘한 스몰캡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개인투자자들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증시 전반적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간 균형을 유지해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목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다만, 대형사는 여전히 스몰캡 분석이나 추천에 소극적이어서 증권업 전반으로 분위기가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감지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올라운드 플레이어 `스몰캡`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로 스몰캡 연구원의 종목 발굴 능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주식시장에서 업종 간 희비가 갈리며 비롯한 현상이다. 정유나 운송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정보통신과 4차산업 등 업종 및 섹터는 비교적 유망하게 분류된 데 따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담당 업종의 흥망이 증권사 연구원의 처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차·화·정 애널리스트 몸값은 황금기 시절과 비교하면 차이를 보인다”며 “애널리스트의 전공은 일단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지만, 업종은 시류를 탈 수밖에 없어 불가항력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몰캡 애널의 분석 대상 업종간 경계가 희미하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들의 분석 대상은 기업의 규모로 결정한다. 이런 터에 산업이 부침하더라도 전공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유망 기업을 찾는 식으로 활로를 뚫을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기업을 분석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며 “리서치 어시스턴트(RA) 사이에서 전보다 스몰캡 쪽을 원하는 수요가 커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민간 증권사에도 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으로 개인이 시장에서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면 종목 접근성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보고서 범위를 키울 것이라는 기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몰캡 연구원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위치하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면 스몰캡 연구원의 역할이 지금보다 주목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코스닥 보고서, 양보다 질로

한국IR협의회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달 안으로 코스닥 기술분석 보고서 발간사업 3기 사업자를 선정하고자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2018년 5월 시작해 1년 단위로 사업자를 선정해온 이 사업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다. 분석 대상은 민간 증권사가 비용과 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접근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사업은 2기까지 양적인 영역에서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코스닥 상장회사 950개를 표본으로 삼아 1기 사업 때 600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달로 만료하는 2기 사업은 615개 보고서를 예상하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IR협의회의 이종민 IR지원팀장은 “사업은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돕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올해 기업 분석 대상을 630개까지 늘릴 계획인데, 개인 투자자가 투자 판단을 하기에 전보다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차부터는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게 참여자 각오다. 현재 사업자로서 차기에도 참여할 예정인 한국기업데이터의 문경록 평가정책부장은 “차기 사업부터는 전문 및 전담 인력을 조직해 해당 업무를 맡길 예정”이라며 “아울러 보고서는 작성자뿐 아니라 검수자까지 기명으로 발간해서 자료 신뢰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

다만 이런 분위기가 증권업계 전반으로 퍼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주요 고객은 개인보다 기관이나 외국인이라는 인식 탓이다. 이들의 투자 대상은 코스닥보다 유가증권시장에 몰려 있다.

증권사의 보고서 편중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최근 1년(지난 7일 기준) 동안 증권사의 상장사 보고서(개별기업 누적 포함) 1만6188건 가운데 코스닥의 비중은 26%(4299건)에 그친다. 코스닥 보고서 4299건이 맡은 상장사 559개 가운데 59%(334개)는 보고서가 4건 이하에 불과해 사후 관리도 부실하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스몰캡에 몰리는 이유는 대형사와 경쟁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분석도 있다.

자본규모 수위권의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인력과 비용이 제한돼 있어서 상장사를 선별해서 분석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투자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장사의 보고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스몰캡에 접근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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