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공적마스크 가격 낮출 때도 됐다

  • 등록 2020-05-07 오전 5:00:00

    수정 2020-05-07 오전 5:00:02

한때 공급 부족으로 ‘대란’까지 빚었던 공적마스크 공급이 안정화됐다. 이젠 줄을 서지 않고도 일주일에 3장씩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일상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적마스크 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청이 이어진다. 특히 내주부터 각급 학교의 등교 개학이 시작되면 사용량이 더욱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구입비가 꽤 부담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공적마스크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은 처음부터 있었다. 지금껏 구입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물량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가격에 관심을 덜 가졌을 뿐이다. 이제 마스크가 생필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이 예민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시중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일반 제품 가격이 정부가 통제하는 공적마스크보다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시중 상점에서는 장당 1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떨어진데다 심지어 600원대의 마스크까지 나왔지만 공적마스크 가격은 1500원에서 변함이 없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 시작되기 직전과 비교해도 현재의 공적마스크 가격은 재고의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KF94 기준으로 오프라인에서 2000원, 온라인에서는 800원대였다는 통계청 집계를 감안해도 공적마스크 가격이 이윤을 보장해주는 수준에서 책정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시작 단계에선 신속히 공급하려다 보니 제조·유통 비용이 정상 수준보다 높았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부자재 조달 및 제조공정 적응으로 단위비용이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다. 오히려 대량생산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 법도 하다.

이제는 공적마스크의 가격을 낮출 때도 됐다. 정부가 관련업체들과 함께 원가 계산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값싸고도 효과적인 개인방역 수단을 제공한다는 공적마스크의 원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시중에 값싼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는데도 공적 명분을 내걸고 여전히 높은 가격을 고수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격인하 여지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미적거린다면 관련기업들에 대한 특혜 시비가 또다시 불거지게 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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