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시아가 아니오"…혁명가 예수가 꿈꾸던 세상은

'소설 예수' 1·2권 출간
총 5권 장편소설…2021년까지 완간 예정
혁명가 예수의 투쟁과 좌절 담아
  • 등록 2020-05-06 오전 12:30:00

    수정 2020-05-06 오전 12: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는 메시아가 아니오!” 그는 역시 단호했다. 켜 두었던 모든 등불이 갑자기 꺼진 듯 어둠 같은 깊은 침묵이 순간 방안을 채웠다. “누군가를 꼭 메시아로 부르고 싶다면 여러분 모두 메시아입니다.” 숨이 턱 막혔다. 시몬이, 안드레와 야고보가, 요한이, 그리고 집주인 삭개오, 심지어 여자인 마리아까지 메시아로 부를 수 있다니. 그건 세상이 뒤집어졌다는 얘기다. 뜨거운 방안 열기에 취한 듯 모두 정신이 몽롱했다.

‘구원의 메시아’가 아닌 인간 예수는 어떤 사람일까. 예수가 혁명가였다는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대하 장편소설 ‘소설 예수’가 독자를 찾아왔다.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한 예수가 이스라엘을 지배한 로마제국과 예루살렘 성전의 음모에 맞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저자인 윤석철 작가는 40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군수 사업을 했던 사업가다. 2005년 고고학부터 신학까지 모든 자료를 수집했고, 구상에서 출간까지 장장 15년에 걸쳐 총 5권의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최근 1권과 2권이 먼저 나왔고 올 연말까지 3권, 2021년에 4권과 5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등장인물들이 붙잡고 살아가던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라서 글을 썼다”며 “우리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거기 살았더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소설을 통해 각자의 대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혁명가 예수의 고독한 투쟁

예수의 처형 전 마지막 일주일을 배경으로 하는 전 5권에는 체제를 부정하는 예수와 체제를 수호하려는 지배세력 간의 스펙터클한 대결이 담겼다.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로마제국과 그에 협력하는 예루살렘 성전에 있어 예수의 가르침은 용인할 수 없는 ‘불온한’ 것이었고, 예수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조차도 체제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예수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예수를 이해하는 사람은 성서에 제자로 기록되지 않은 막달라 마리아뿐이었다.

종교적 시선에서 벗어나 당시 지배구조의 억압과 수탈, 대중 조작에 대한 고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하층민 가정에서 태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던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민중을 수탈하는 지배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혁명가라는 시각에서 예수의 뜨거운 투쟁과 좌절을 그렸다. 지배 세력들은 제자 무리들 중 첩자를 잠입시켜 예수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작품 곳곳에서 사회 부조리에 분노하며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체제 수호 세력에 맞서는 예수의 모습이 펼쳐진다. “억압에서 벗어났으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진정한 해방을 이루려면, 수레가 언제나 두 바퀴가 짝이 되어 돌듯, 억압 없는 새로운 세상을 이루겠다는 다른 한 바퀴가 짝이 되었어야 합니다”라고 설파하는 장면이 그렇다. 예수가 베푸는 치료를 병에 따른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병에 따라붙었던 사회적 소외, 배제를 해소해준 치유’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작가는 흡입력 강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문장으로 2000년 전 이스라엘의 현실을 오늘의 눈높이에서 그려냈다. 예수와 달리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다른 길을 걷는 친구 히스기야, 세속적이고도 인간적인 욕망을 어쩌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소설에서 예수가 꿈꿨던 ‘가장 낮은 사람들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그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작품 속 예수의 혁명 선언이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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