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악마는 가장 뒤처진 자를 잡는다'…文은 왜 관광업계를 만났나

文대통령, 4월 29일 관광업계와 간담회
코로나19로 가장 타격 받은 관광업계
고용상황도 업종들 중 가장 악화돼
  • 등록 2020-05-04 오전 5:00:00

    수정 2020-05-06 오후 2:53:4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사 상생 협력에 기초해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현장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호텔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고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취업자 수가 크게 줄고 일시 휴직자가 급증하며 가장 먼저 고용 충격의 위기를 겪고 있는 곳도 관광업계와 숙박·음식업입니다.”

“그러나 호텔업계 노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모범적으로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 … (정부는) ‘고용 유지 자금 융자’와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인 호텔 사내하청업체 직원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4월 29일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중 주목할 것은 지난 수요일(4월 29일)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입니다. 이번주 문 대통령의 유일한 외부 일정이 이 간담회였습니다. 그만큼 관광업계의 고용 상황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도 노사가 일자리를 유지하기로 뜻을 모은 한국호텔업협회와 워커힐, 그랜드하얏트 인천, 더플라자 등 호텔 노사를 격려했습니다.

자료=한국은행
◇바닥 밑엔 지하실…관광업계 직격탄


관광업계는 올해 초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한한령’이 완화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늘어날 거라는 기대 심리가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연초(1월 20일) “올해를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여는 원년으로 만들고, K-컬쳐, K-콘텐츠, K-뷰티, K-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여 대한민국 K를 세계 브랜드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폭탄’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삽시간에 반전된 겁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금하고 내국인마저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을 자제하면서, 산업군 중 관광업, 음식·숙박업의 경제심리는 그야말로 통곡 직전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4월) 숙박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2를 기록했습니다. 전달(11)만 제외하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됩니다. 기준치 100을 넘어설 경우 긍정적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고요, 100 이하면 그 반대입니다. 숙박업 업황 BSI가 12를 기록했다는 것은 현재 업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뜻입니다.

다른 업종들과 비교하면 숙박업 업황 BSI가 얼마나 낮은 건지 실감이 됩니다. 전(全)산업 업황 BSI는 51, 제조업 업황 BSI와 비제조업 업황 BSI는 각각 52, 50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빨간불이 켜진 자동차 업종의 경우에도 BSI가 추락하긴 했지만 31 정도였고요, 예술·스포츠·여가(41)든, 서비스업(48)이든, 어떤 업종도 숙박업보다는 경제심리가 양호했습니다.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이 강타했던 2015년 6월에도 숙박업 BSI가 25였습니다. 당시에도 충격적 수치였는데, 코로나19는 그보다 더 강력한 충격을 남겼습니다.

자료=한국은행
가장 아픈 손가락, 관광업계 임시·일용직

고용상황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 줄어들었죠. 관광업계가 포함된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만 신규 취업자 수가 27만8000명 줄어들며 전체 감소폭을 압도했습니다.

도소매업(-16만8000명)과 숙박음식점업(-10만9000명)의 감소폭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습니다. 제조업(-2만3000명)이나 광공업(-2만2000명), 건설업(-2만명) 등 여타 업계 고용상황도 부진했지만, 역사상 최악 수준은 아니었던 것과 비교됩니다.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중에서도 고용안정성이 열악한 임시·일용 노동자들이 ‘우수수’ 직장을 잃었습니다.

통계청 미시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 3월 숙박음식점업 근로자 중 임시근로자는 1년 전보다 8만4000명(-11.5%) 급감했습니다. 일용근로자도 8만2000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1년 만에 이 분야 일용근로자의 38%가 증발한 겁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도 9000명 정도 줄었습니다.

반면 ‘쉽게 못 자르는’ 상용근로자는 1년 전보다 오히려 6만8000명 넘게 늘었습니다. 관련 산업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용근로자 수가 전달보다는 1만2000명 줄었지만, 지난 1년간 늘어난 상용근로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도소매업 근로자들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지난 3월 도소매업의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1년 전보다 11만5000명(-17.1%), 2만7000명(-20.1%) 줄었습니다. 자영업자도 4만6000명 정도 줄었습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5만3000명(+3.6%) 늘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 관련산업(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최대 피해자가 됐고 그 중에서도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임시·일용노동자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들 ‘아픈 손가락’은 사측의 상생 의지가 아니면 당장 구제가 힘든 상황이지요. 문 대통령이 다른 곳이 아닌 관광업계 고용유지 간담회에 달려간 이유입니다.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종사상지위별 근로자 증감. 지난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자료=통계청)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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