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람길에 선 14개 바람개비…정암풍력발전단지를 가다

남부발전, 990억원 투입해 지난해 10월 완공
2만2000가구 사용 가능한 전력 생산해
친환경 공법 적용…떠난 멧돼지·삵도 돌아와
‘천상의 바람길’ 트래킹 코스로 관광자원화도
  • 등록 2019-09-15 오전 6:00:00

    수정 2019-09-15 오후 5:49:05

강원도 정선군 정암풍력발전단지 전경. 2.3메가와트(㎿)급 14개 풍력발전기(모델명 유니슨 U113)로 이뤄진 이곳은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20년 동안 연 7만8000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남부발전 제공
[정선=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해발 1438m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산등성이. 비포장도로를 약 20분 달리자 정암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름이 112.8m나 되는 ‘초대형 바람개비’ 14기가 힘차게 돌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2.3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14기(유니슨 U113, 총 32.2㎿)로 이뤄진 이곳 정암풍력발전단지는 1년에 약 7만8000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해 인근 전력계통(한전 태백변전소 154㎸ 모선)에 공급한다. 2만2000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인근 정선군 1만9000여 가구 전체가 쓰고도 남는다.

남부발전 등 990억원 투입해 건설…연 5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

이곳은 발전 공기업 남부발전(40%)이 풍력발전기 개발업체 유니슨(50%), 강원 지역업체 동성(10%)과 손잡고 총 99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풍력발전단지다. 쇠퇴한 폐광지역을 풍력발전단지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2016년 10월 착공해 지난해 8월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20년 동안 가동할 예정이다.

가동 기간 연 5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2만868대를 줄이거나 소나무 1100만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다. 발전단가를 1킬로와트시㎾h당 175.4원으로 계산했을 때 연 매출이 13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정식 한국남부발전 사장이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내 정암풍력발전단지에서 기자들에게 이곳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제공
남부발전은 2030년까지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2017년 12월) 계획에 따라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늘리고 있다. 이 계획은 국내 전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6.2%에서 20%로 높이고 석탄화력(45.4%→36.1%)과 원자력(30.3%→23.9%) 비중을 그만큼 낮춘다는 것이다. 풍력발전도 현재 비중은 0.3%(1.2GW)에 불과하지만 2030년이면 6.8%(17.7GW)로 늘어난다.

발전 공기업인 남부발전은 9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9.3%를 담당하는 11.2기가와트(GW)의 발전설비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화력발전이다.

남부발전은 그러나 정부 계획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신재생 3030’ 계획을 수립해 태양광·풍력발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암풍력발전단지 같은 풍력발전단지도 이미 네 곳에 조성을 마쳤고 세 곳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 문제는 해결 과제다. 석탄화력발전과 비교해 환경성은 월등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이 높아질 때까진 남부발전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남부발전은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인류가 피해 갈 수 없는 도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발전기업은 지금껏 인류가 이만큼 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눈앞의 지구온난화 대응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발전 공기업으로서 친환경 저탄소를 넘어 탈 탄소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나 재생에너지도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면 발전 단가도 역전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공 후 돌아온 멧돼지와 삵…친환경 공법으로 환경보전 꾀해

우리나라 풍력발전는 필연적으로 산이나 바다로 갈 수밖에 없다. 평지가 적을 뿐 아니라 풍력발전의 전제조건인 풍황 때문이다. 이곳의 연간 평균 풍속은 초속 7.1m인데 국내 육상평지에서 이만한 풍황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산지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다 보니 준비 단계에서부터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뒤따랐다. 풍력발전단지 건설 기간은 2년 정도였지만 전체 사업기간이 5년이었던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설득에 3년 이상 소요된 탓이다.

그만큼 건설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공법에 공을 들였다. 비싸지만 자연친화적인 녹색토 식재와 길 돌수로를 사용했다. 멸종위기식물인 구름병아리난초는 조심스레 옮겨 심은 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동서발전 등이 강원도 정선군 정암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해 옮겨 심어 관리하고 있는 멸종위기식물인 구름병아리난초. 남부발전 제공
이곳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신일환경 관계자는 “풍력발전기의 소음과 저주파로 동물이 못 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이곳을 회피했던 삵과 멧돼지가 현재는 속속 복귀해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도 지역 함백산 야생화 축제와 연계해 이곳을 관광자원화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14호기에 이르는 4.4㎞ 구간에 ‘천상의 바람길’이란 이름을 붙여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는 내용이다.

모든 발전소가 그렇듯 재생에너지 역시 지역 주민의 반대 해소가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선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남부발전 등이 이곳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연 1000명의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인근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병기 정암풍력발전 대표이사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이곳을 관광하기 시작했다”며 “발전 수익을 포함해 20억~30억원에 이르는 연간 지방세수 증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기 정암풍력발전 대표이사가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함백산 내 정암풍력단지에서 기자들에게 이곳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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