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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미·중 무역전쟁에 비유했다. 아베 신조 일 본 총리가 실체가 모호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한국에 수출 제재를 가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 및 화웨이 제재와 ‘판박이’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발점인 중국의 ‘제조 2025’(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와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도 묘하게 닮아있다. 이에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공급망을 활용해 시스템반도체의 잠재적 경쟁자인 한국의 ‘싹을 잘라’ 사전 봉쇄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오는 24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절차 간소화 대상국) 제외는 향후 핵심 소재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삼성전자(005930)가 추진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의 극자외선(EUV) 기술 도입과 자율주행을 포함한 전장(전자 장비) 부품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전반을 견제하는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반도체 소재는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니어도 품목·지역별로 분류해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포괄허가를 입맛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본의 입김이 더 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전환은 일본의 소재 공급망 이탈과 연관돼 이번 제재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EUV 공정 도입을 계기로 일본에 의존하던 포토리지스트(PR·감광제)의 공급선 다변화를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그 결과 EUV 7나노(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부터는 일본은 화학 증폭형 리지스트(CAR) 방식이 아닌, 미국 업체인 인프리아(Inpria)의 금속 산화물질 기반 ‘non-CAR’ 방식 PR 수급이 가능해졌다. 인프리아는 2014년부터 삼성이 2820만 달러를 투자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EUV용 PR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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