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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9일 중국 인민일보 독자들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바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전화를 걸어온 것. 이 전화는 사실 중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제등축제를 맞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준비한 이벤트였다.
단순히 시 주석의 축하 메시지를 글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된 시 주석의 녹음된 음성을 전화라는 형태로 들려줘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담화문의 효과도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 전화는 인민망 네트워크에서 2억 5000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사는 중국 최고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의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를 본 이들의 감정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관심을 보이는지 파악하고 기사 작성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센서로 운전자의 피로도를 측정해 운전자의 상태에 맞는 기사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것 역시 신화통신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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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일 방문한 중국 베이징 신화통신·인민일보 뉴미디어 센터에 설치된 현황판에서는 당일 웨이보와 웨이신, 위챗 등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팔로워 수, 독자들의 지역 분포도, 관심있는 기사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하루 만에 인민일보 웨이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명이 늘어난 이유를 묻자 치위에 인민일보 뉴미디어센터 부주임은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독자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중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는 ‘시 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였다.
치 부주임은 독자들의 관심을 지역별, 연령별로 면밀하게 파악해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인민일보가 이같은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인민일보의 모습은 이대로 가다간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중국 기성언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동영상 어플리케이션(앱) ‘틱톡’을 보유한 바이트댄스가 보유한 미디어 스타트업이 선보인 ‘진르토우티아오’(今日斗題) 앱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이용자 입맛에 맞는 뉴스를 선별해 제공하고 모바일 시대에 맞춰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진르토우티아오는 2012년 창업 후 5년 만에 1억건이 넘는 월간 유효 이용자 수(MAU)를 달성하는 등 이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필수 앱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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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정부의 미디어 개편과 맥락을 같이한다. 중국 정부는 이 주제에 대해서 일찍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13년 11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통매체와 신흥미디어 융합을 제시했다. 이듬해 시 주석은 “실력과 전파력, 공신력, 영향력을 갖춘 뉴미디어 그룹을 건설하자”고 외쳤다. 지난 1월 25일에는 시 주석과 정치부 관계자들이 이 주제로 인민일보를 시찰했다
치 부주임은 “인민일보 이용자의 70%는 청년들”이라며 “상호작용(인터렉티브)을 통해 이들이 관심이 가질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인민일보의 웨이보 팔로워 수는 1억 5500만명으로 중국 내 매체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화통신사는 1억 4000여명에 달한다. 신화통신은 중국 내 보도의 80%를 가장 먼저 보도한다.
AI·5G 등 첨단기술 활용한 뉴미디어 기술 개발 박차
현재 신화통신 뉴미디어 센터에는 평균연령 32세, 취재, 편집, 프로그램 개발 등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멀티 플레이어 1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뉴미디어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신화사 전체 직원이 뉴미디어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외부학습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인민일보 역시 기사의 틀을 벗어나 동영상,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실행에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투자가 점차 성과를 거둬 다른 언론들이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간을 대신해 방송 뉴스를 진행하는 신화통신의 AI 앵커의 등장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올해 2월에는 여성 인공지능(AI) 앵커 신샤오멍(新小萌)이 공개됐다. AI 앵커는 인간과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
안경 유리알 너머로 회의 참석자들의 정보가 보이고 간단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AI 안경, 5세대(5G) 통신망을 이용해 현장에서 바로 동영상을 촬영, 편집해 1분 안에 인터넷에 노출하는 기술 역시 개발됐다. 5G 기술을 활용해 송출되는 기사는 하루에 8~10개 정도라고 한다.
신화통신의 모엔치옹 기자는 “앞으로의 뉴미디어 경쟁력은 얼마나 단시간 내 양질의 동영상 기사들을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신화통신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동영상 역량을 기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년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