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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얼마 전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 아파트 3채를 처분한 김모씨는 요즘 투자할 만한 일본 오피스 빌딩을 물색하느라 바쁘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면서 도쿄 중심지 오피스 빌딩 임대료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제로금리 정책으로 대출금리가 1% 안팎이고 대출도 빌딩 가격의 최대 70%까지 가능하다.
김씨가 아파트 판 돈과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더해 4억엔(약 40억3200만원)의 종잣돈을 만들고 6억엔(약 60억4900만원)을 금리 1%로 대출받아 도쿄 도심의 10억엔(약 100억8000만원)짜리 오피스 빌딩을 구입할 경우 한해 임대료가 4300만엔이다. 여기에 대출이자 600만엔을 제외하면 3700만엔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수익률은 9.25%에 달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갈수록 강화하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 일본 오피스 빌딩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수년간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도쿄 도심 오피스는 빈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임차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금리가 낮고 건물 매입가격의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소액의 자기자본 만으로도 오피스 빌딩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꽉 찬 도쿄 도심 오피스 빌딩…임대료도 상승세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 기준 일본 전국 땅값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평균 0.1% 올랐다. 일본 땅값이 전년 대비 상승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취임 후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도쿄 중심지 오피스 빌딩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임대수요가 탄탄하다. 일본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8%에 달했던 도쿄 오피스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최근 2.37%까지 떨어졌다. 임대료도 2014년 3.3㎡당 1만6000엔 선에서 올해에는 2만엔을 넘어섰다. 4년간 25% 가량 오른 셈이다.
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은 “공실률이 2%대라는 것은 인테리어 공사로 아직 입주하지 않은 오피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꽉 찼다는 의미”라며 “적어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이같은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 많고 금리 낮아…레버리지효과 기대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미국이나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낮은 임대수익률과 높은 이자율로 레버리지 효과를 얻기 어려워진 반면 일본은 4%대 임대수익률과 1%대 이자율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예전에는 일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의가 아예 없었지만 최근 들어 투자 상담 건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우리은행은 오는 7일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다시 뜨는 일본 부동산 시장 투자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세미나에 앞서 직원들이 도쿄 현지 오피스 빌딩시장 조사와 매물 분석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현지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른 은행 프라이빗뱅크(PB) 센터에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LA나 뉴욕 등 미주지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국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 투자인 만큼 엔화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엔·원 환율이 하락하면 엔화 표시 자산가치 뿐 아니라 엔화로 받은 임대수익의 원화 환전 금액이 줄게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역대 올림픽 개최지 사례를 보면 재정이 확대되는 동안은 반짝 호황기를 맞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개최 비용 등으로 경제가 침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