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로 간을 본 뒤에는 구체적으로 “나는 어디에 살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는 계속 오를 까요”라고 묻거나 “우리 동네에는 훈풍이 전혀 없어”라고 말하면서 시장 방향성에 큰 관심을 보이기 일쑤다.
나는 이런 밥상머리 대화를 2005년께도 나눈 기억이 선명하다. 데자뷔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시절. 당시 참여정부는 ‘버블세븐’이라며 집값 급등지역을 몰아붙였지만, 불길을 잡지 못했다. 판교신도시를 통해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13일 두 번째 초강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8.2 대책’을 내놓은 지 1 년여 만에 더 강한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저런 대책을 포함하면 8번째다.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고강도 ‘세금폭탄’이 처방전의 핵심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과표·세율을 높이면서 고가 주택·다주택자에 대해 중과하는 게 뼈대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도 늘렸다. 정부가 뭐라고 돌려 말해도 강남아파트가 표적이다.
왜 그럴까. 정부는 투기꾼이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증시의 작전세력 같은 투기꾼을 도와줄 ‘멍청한 개미’가 부동산 시장에선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건 저금리로 1100조 원대의 부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공급 부족으로 희소성을 띈 강남 아파트에 몰린 때문이다. 양질의 주택이 없는 탓에 만들어진 공급 갭을 막강한 대기 수요가 꿰차고 들어가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양질의 주택을 원하는데 수요를 찍어 누르는 정책으로 되레 가격 거품이 끼게 도와줬다는 얘기다.
요즘 한창 얘기되는 반포의 A아파트. 이곳은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사는 구 반포 핵심지역으로 원래도 교통, 학군, 공원, 문화시설 등 입지 여건이 명품이다. 이곳에 새 아파트가 한강을 조망하는 모습으로 우뚝 솟은 것이다.(재건축전엔 전통적인 남향입지)
식당 고를 때를 생각해보라. 가격은 상관없어, 분위기 좋고 맛만 좋으면 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적지(適地)에 적소(適所)가 나온 게 아닐까.
내가 사는 집의 가격이 나와 상관없이 올랐다고 내가 투기꾼으로 몰리는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라고 볼 수 없다.
부동산대책이 누더기가 된 건 ‘정책으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은 탓이 크다. 정부는 정치와 부동산시장을 분리하라. 그린벨트는 손대지 말고, 지역주민도 반대하는 엉뚱한 지역에 신도시 만든다고 엉뚱한 수도 두지 말라. 수요자 관심이 큰 강남엔 재건축 규제를 풀고, 강북은 역세권 주변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해 좋은 집에 살고 싶은 대기 수요를 충족하라. 그럼 부동산시장에 괜한 에너지 안 써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