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행 자전거 헬멧 의무화…단속·처벌·실효성 '3無'

정부, 9월 28일부터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시행
서울시 무료 대여 시범사업…착용률 3%·분실율 23.8%
공공자전거 지자체 "헬멧의무화로 이용자 감소 걱정"
“현실 고려없는 전형적 탁상입법…법 개정해야”
  • 등록 2018-09-03 오전 6:30:00

    수정 2018-09-03 오전 6:30:00

지난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서 청소년들이 따릉이를 대여하며 헬멧을 써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9월부터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지만 단속도 처벌도 없어 법시행과 동시에 사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를 포함한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공공자전거 헬멧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저조한 이용률과 분실, 도난, 위생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난감해 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자전거 헬멧 의무화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시 무료 대여 사업…착용률 3%·분실율 23.8%

정부는 오는 9월 28일부터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하지만 미착용자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입법할 때부터 헬멧 착용을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중점을 둬 해당 법안에는 미착용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며 “처벌조항이 없는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단속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자전거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에 따른 도로를 운전할 때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아닌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미착용 이용을 방치할 경우 불법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서울을 포함한 전국 77개 지자체가 약 1500개의 자전거 대여소와 약 2만6000대의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정안 시행에 앞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시 헬멧을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을 시범 운영했으나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 따릉이 헬멧 대여 시범운영 결과 자전거헬멧 1500개 중 357개를 분실(23.8%)하고 따릉이 이용고객 1605명 중 안전모 착용자는 45명(3%)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역대 최악 폭염이 착용률을 끌어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시범운영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니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로 폭염을 든 시민이 많았다”며 “더위가 누그러지는 9월에 강남권 뿐아니라 강북권까지 시범운영을 확대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실률이 예상보다 높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은 없다”며 “모든 결과를 종합해 헬멧 대여사업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실 고려없는 전형적 탁상입법…법 개정해야”

서울시 시범사업 결과를 접한 다른 지자체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혈세를 들여 자전거 헬멧 무료 대여사업을 강행할수도, 안할 수도 없어서다.

경기도 수원시는 작년말 공공자전거 6000대를 확보해 공공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4000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헬멧사업은 고민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 헬멧 3000개를 준비해 시범운영할 예정이지만 분실 대책이 없어 고민 중”이라며 “서울에서 실패한 사업을 답습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는 만큼 무상대여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4년 공공자전거 헬멧 무상대여 사업을 벌였다가 참담한 실패를 맞봤던 대전시 역시 고민에 빠져 있다. 당시 대전시는 헬멧 무상대여사업을 벌였다가 90%를 분실한 뒤 결국 사업을 접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분실한 헬멧을 시민들이 이용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아예 사용조차 않는다”며 “헬멧착용 의무화에 발맞춰 헬멧을 대여해야 자전거를 빌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인데 자전거 이용률만 끌어내리는 결과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입법의 결과”라며 “현실성 없고 시민들도 바라지 않는 입법으로 인해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의 대책 마련을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전거 이용자들의 현실에 맞춘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지난 7월 20일부터 헬멧 무료 대여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설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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