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지의 갑질
대학생 김수영(25)씨는 작년 친구들과 떠난 강원도 속초 여행을 후회 중이다. 예상치 못했던 바가지 요금에 통장 잔액이 초라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방값이 1박에 10만원이고 1인당 2만원 추가였다”며 “횟값은 1인분에 5만원인데 양은 동네 횟집 의 3분의1도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김씨가 해변 모래사장에 개인 돗자리를 깔고 있을 때 누군가 오더니 말했다.
“여기서 놀려면 파라솔 빌리셔야 해요. 대여비용은 3만원입니다. 앉으면 돈내야 해요.”
내 돗자리를 깔고 바다에 들어가겠다는 데 워터파크 자유 입장권과 비슷한 가격을 내야 한다니 인상이 찡그려졌다.
해외여행은 '사이다'
이달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는 김씨의 마음은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 시원하다. 김씨는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경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가항공사의 항공권과 캡슐호텔 2박을 예약하는 데 쓴 돈이 20만원 남짓이다. 식비?교통비는 20만~30만원으로 해결할 예정이다.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내 여행과의 비용 차이가 크지 않아서(29.4%)’가 가장 많았다.
터무니없는 바가지 장사에 '불만'
피서철 장사가 1년 수입에 80%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피서지 자영업자나 상인들도 굳게 지갑이 닫힌 피서객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다.속초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영모(52)씨는 "어차피 피서철에는 피서객이 몰리고 횟감 수요도 많아지다 보니 가격이 오른다"며 "늦은 시간까지 연장 영업을 하다 보니 인건비도 더 나오고 피서철에는 관리비 등 여러 모로 돈이 더 들어 가격이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 누리꾼들은 남들은 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사는데 한철만 일해서 먹고 사려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어 국내 여행지의 터무니없는 물가만 아니라면 휴가지로 선택하겠다고 반응을 보였다.
각 지자체는 바가지영업과 불법영업 근절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은 미미하다. 장흥 유원지를 관리하는 양주시 관계자는 “소하천 정비법에 따라 계곡에서 불법영업하는 사람들을 고발해도 최고 500만원 이하의 처벌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여름철 휴가집중 현상 때문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터무니없는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휴가분산제도 마련과 지자체의 자체적인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