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전국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은 근로시간 감축은 산별 중앙교섭 합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즉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주 52시간제 조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은행연합회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금융노조와 협의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답변했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주요은행 중 주 52시간제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다음으로는 NH농협은행 정도가 꼽힌다. 기업은행은 오는 7월 실시를 목표로 ‘강제 PC-오프(OFF)’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연내 시행한다는 큰 틀 아래 세부 검토 중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당초 제시한 일정대로 내년 7월 1일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그 다음 달인 3월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해왔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국내은행 중 진도가 앞선 까닭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공공기관에 대해 민간에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근로단축제를 ‘2018년 7월 1일’부터 적용하라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또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올 하반기부터 근로시간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
시중은행들은 52시간 근무 도입 시 △해외전문처리·사후관리 등 영업시간외 업무 발생을 대비한 ‘순환근무 및 이에 관한 인사제도 개편’ △52시간 근무제로 강제종료가 요구되는 PC-OFF 때 문제점 등 ‘PC-OFF 도입관련 시스템 정비’ △휴일근로 영업점, 특수(병원·행정기관 입점) 영업점, 해외지점 직원 등 특수 환경 근로자 근무 실태 정비(병원 및 행정기관 내 영업점은 오후 5~6시경 업무종료)와 같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해 조기 도입을 위한 졸속 추진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휴인력이 많은 공무원·공기업·공공기관 등 공직사회와 달리 수익성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경영효율성을 매우 중시하는 민간기업의 인력 운용에 대한 정책당국의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와 은행권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정책 및 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위원장과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농협·신한·우리·SC제일·KEB하나·기업·KB국민·씨티·수출입·Sh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케이뱅크·카카오은행,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대표 등 사원기관장 20명이 동석했다. 유관기관장으로는 금융연수원·금융연구원·국제금융센터·신용정보원 원장 등 4명도 함께해 참석자는 총 26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