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대웅제약 등 제약사, 잘키운 자회사 '덕보네'

한미약품, 자회사 JVM 매출 첫 1000억 돌파
광동제약, MRO 자회사 코리아이플랫폼 매출비중 40%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기술수출 잇따라 성공
  • 등록 2018-05-16 오전 4:30:24

    수정 2018-05-16 오후 3:09:42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제약사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하거나 설립한 자회사들이 최근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하며 주목 받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모회사 지원을 받아 전문성을 확보한 후 실적을 키워가는 한편, 제약사는 자회사의 수익을 통해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등 선순환구조가 견고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자회사인 제이브이엠(054950)(JVM)은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의약품포장 자동화기기를 만드는 제이브이엠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8.2% 증가한 1061억 7600만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이 2016년 인수한 이 회사는 현재 의약품 자동분류·포장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제이브이엠은 처방전을 입력하면 환자별로 약을 선별, 포장까지 마치는 전자동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관련 제품은 국내 점유율 90% 이상에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도 1위 자리에 올라있다. 매출 중 40% 이상 수출로 거둬들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약을 잘못 담는 오투약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사람이 약을 담을 때보다 시간도 줄일 수 있어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제이브이엠이 한미약품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 인수 후 제이브이엠의 국내 영업은 한미약품 온라인몰인 ‘온라인팜’이, 해외영업은 한미약품이 맡으면서 양사간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제이브이엠의 영업이익률도 인수 전인 2015년 7% 수준에서 지난해 18%로 개선됐다.

대웅제약(069620)은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최근 수익성을 지속 개선하며 주목 받는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2억 8500만원보다 1140%나 증가한 35억원을 기록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지난해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은 신약에 대한 기술수출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업체에 5억 250만달러(약 534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후보물질‘ HL161’을 기술수출, 계약금을 수령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기술수출한 업체가 2022년까지 관련 신약 상용화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 외에 다양한 지역으로 기술수출을 지속 추진하고 있어 관련 실적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를 2015년 총 104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강화가 필요했고, 한올바이오파마는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했다”며 “대웅제약이 이미 투자대비 손익분기점을 넘겼을 정도로 양사간 시너지효과가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동제약(009290) 자회사로 소모성자제 구매대행업(MRO)을 하는 코리아이플랫폼은 지난해 43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동제약 전체 실적 중 코리아이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광동제약은 2015년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하자마 연매출이 5000억원대에서 9000억원대로 수직상승했다. 이듬해에는 사상 처음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유한양행(000100)과 GC녹십자(006280)는 인수 대신 자회사를 직접 설립한 경우다. 유한양행이 설립한 원료의약품업체 유한화학은 지난해 약 2700억원의 원료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했다. 가장 큰 거래처는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 길리어드는 C형간염치료제 ‘하보니’와 ‘소발디’, HIV치료제 ‘트루바다’의 원료의약품을 유한화학으로부터 조달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해외 제약사들과의 국내 판매대행뿐 아니라 이들 약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유한화학을 통해 공급하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강점을 살려 혈액백과 혈당측정기, 투석액 등 관련 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 사업은 2003년 GC녹십자에서 독립한 ‘GC녹십자MS’가 맡는다. GC녹십자MS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기업과 11년간 400억원 규모의 혈액백 제조기술과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혈액백은 인도와 러시아, 미국 등 10개국 이상에 수출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당측정기 수출이 늘면서 전체 수출이 전년보다 67%나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성공가능성이 낮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제약사들이 자회사 등 다양한 캐시카우를 마련하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자회사가 올리는 이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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