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성동조선해양의 앞날이 ‘안갯속’인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성동조선의 독자 생존으로 결론 난다면 “추가 증자는 절대 없다”는 은성수(
사진) 수출입은행장의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성동조선 지원으로 적자를 본 수은으로서는 대손충당금을 이미 쌓아놓은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해야할 상황에 놓이면 다시금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은성수 행장은 지난 3일 범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성동조선 처리 방안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추가 자금을 넣고도 회사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며 “성동조선은 외부 컨설팅 결과에 따라 정부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어 “성동조선에 대한 대손은 이미 모두 털었기 때문에 이제는 수익을 낼 일만 남았다”며 “앞으로는 절대 정부에 손(증자) 벌리지 않고 정부에 꼬박꼬박 배당해주도록 수익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은 행장은 특히 “수은의 대출잔액이 120조원인데 순이자마진(NIM)이 1% 수준이니 1조원 정도의 수익은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1조원 이상의 증자를 받은 바 있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임에도 구조조정과 정상화 방안에서 주도권을 놓친 수은으로서는 정부 방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됐다. 성동조선이 청산의 길을 걷더라도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STX조선과 성동조선을 모두 살리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시장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 경영협력협약에 방점을 두면서 재무구조개선 등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현재 성동조선은 완전자본잠식상태이지만 STX조선은 부채를 대부분 털어내면서 지난해 9월말 기준 부채비율이 75%로 줄어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으로 위탁경영을 했지만 신규수주를 하지 못한데다 재무개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며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여론의 질타를 수은이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