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의료기기 개발 의사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

  • 등록 2016-10-18 오전 6:00:00

    수정 2016-10-18 오전 6:00:00

의료기기는 전략적인 투자 속에서 탄생한다. 의료기기산업은 자본과 기술 의존형 산업이다. 의료기기는 개발과정에서 기술 장벽이 높고 국가별 인허가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임상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대거 투자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제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약 3~5년 소요되고,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 개발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철저한 마케팅 사전조사를 통해 제품화 이후 시장에서 실패가 없어야 한다. 특히 병원 및 의료인 만큼 의료기기 사용에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곳도 없기에 제품 품질이 높다 하여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업체는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렵다.

작년 초유의 메르스 사태로 의료기기산업은 한동안 위축됐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5조 2000억 원, 시장가치로는 약 12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식약처가 발표한 ‘2015년도 의료기기 생산, 수출입 실적통계’ 에 따르면 생산은 5조 16억 원, 수출은 3조 671억 원, 수입은 3조 3311억 원이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내수시장보다는 수출형 산업으로 생산된 의료기기의 3/5은 해외로 팔려나갔다.

그러나 초음파영상진단장치, 치과용 임플란트, 디지털 X선 촬영장치 등 상위 10개 품목이 수출액의 약 54%를 차지하고, 30개 품목까지 확대하면 77%로 특정 품목에 크게 편중돼 있다. 국산화를 비롯한 수출품목 다각화가 필요하다.

반대로 수입 의료기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3.3%로 국산 의료기기가 비약적으로 늘었음에도 외산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 첨단영상장비부터 고가의 고위험군 치료재료 등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고가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고, 미들테크 이하 제품들은 중국 같은 후발주자에 위협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개발 방식에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임상 현장의 경험 많은 의사들이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 임상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은 의사들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임상현장에서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 수준이 높고 뛰어난 인재들이 의료 분야에 포진하고 있다. 의료인이 의료기기 개발 과정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크다. 기존 의료기기들의 개량 또는 국산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원천기술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첨단 의료기기의 개발 성공률이 한층 올라갈 것이다. 특히 병원과 의료인이 함께 협업해 의료기기를 개발 시 그간 국내 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를 외면하던 상황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전국 7개 병원에 중개임상시험 지원센터를 운영해 의료인과 개발자 간 협력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의료인의 기술창업·기술사업화를 촉진하는 의료인 참여형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관계 부처 협업으로 인허가의 전주기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인이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촉매제가 되려면 의료인의 지적 자원을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연계 플랫폼과 지적 자원을 공정히 평가받고 이익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의료인이 기여한 의료기기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자부심을 가질 기회가 있다면 큰 힘이 된다. 한 예로 올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어 제품화에 성공한 한 의료인의 공적을 높이 사기 위해 ‘의료기기산업 대상’을 신설하고 축하한 바 있다.

이제 의료인이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동기부여, 창업할 수 있는 환경, 정당한 보상체계 등이 마련되어 미래먹거리산업인 의료기기산업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황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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