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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량 동결이 국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지금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면서 ”산유량 동결은 시장에서 공급 증가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기까지는 모범답안이다
그런데 그 다음 발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박 장관은 “배럴당 50~6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이 발언이 나온 시점은 산유국이 설정한 새로운 기준점이 배럴당 50달러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한참 급등하던 때였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이 누구보다 반가울 터였다. 그런데도 그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노박 장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오르게 되면) 비효율적인 프로젝트에 다시 투자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시장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유가는 또다시 떨어질 것이다.”
원유정보제공업체 베이커휴즈가 19일 발표한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 가동건수는 한주 전보다 1건 증가한 387건을 기록했다. 12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원유 채굴장비 건수가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은 생산단가가 높은 편이다. 땅속의 딱딱한 암석에 갇혀 있는 셰일오일을 뽑아내려면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물을 높은 압력으로 땅속에 밀어 넣어야 한다. 파이프만 꽂아서 원유를 뽑아 올리는 중동과 비교하면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 떨어지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는 셰일업체가 속출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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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여유만 생겨도 공급이 늘어날 태세지만, 그렇다고 유가가 계속 떨어지지도 않는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체 원유 생산량의 73%에 달하는 15개 산유국은 다음달 카타르 도하에서 모여 산유량 동결을 협의하기로 했다. 산유국들은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이란에 대한 산유국의 견제도 노골적이다. 이란이 유럽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루트는 이집트의 시디 케리르 항구인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이란의 항구 사용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이란은 유럽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빙 돌아가야 한다. 거의 한달이 걸리는 루트다. 이란의 유럽행 원유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 시장은 수요와 공급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움직임이 가격을 만든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국제 유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 스트레스가 계속되어야 현재 진행중인 수급균형 과정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망할 회사가 망해야 진짜 끝이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반짝 랠리로 그쳤다가 자멸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