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깨는대학로②] 오픈런의 '낮'은 밤보다 아름답다

대학로 달라진 '관람 풍경'
평일 3회차 공연…주말 조조도 생겨나
청소년·대학생·주부관객 크게 늘어
"공연에서도 '박리다매' 형식 차용"
지나친 상업화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 등록 2015-08-17 오전 6:16:00

    수정 2015-08-17 오전 7:37:08

연극 ‘수상한 흥신소’의 평일 낮 공연을 찾은 관객들이 표 구매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대학로 ‘공연회차’의 공식을 깬 평일 낮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창 휴가철인 8월 평일 오후 2시와 5시 공연은 연일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다(사진=익스트림플레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3시·6시, 일요일 3시, 월요일 휴무. 오랫동안 고수하던 공연계의 정석이 깨졌다. 인기 오픈런 공연(폐막을 정하지 않은 공연)들이 마치 법칙처럼 내려오던 ‘공연회차’에 반기를 들고 과감하게 ‘평일 낮’ 공연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평일 오후 2시, 5시, 8시 등 3회차 공연을 비롯해 주말에도 3회 공연을 이어간다. 토요일 조조 정오 공연도 생겼다. “평일 낮에 누가 공연을 보러 갈까”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오히려 평일 오후 8시 공연의 2배 이상 관객이 찾는 것은 물론 휴가철인 요즘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 8월에는 오후 2시와 5시 타임은 표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오히려 이 시기에는 평일 오후 8시 공연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상한 흥신소’ 등…성수기엔 ‘낮’ 공연 덩달아 인기

대학로에 가면 평일 3회차 공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공연의 공통점은 오래 전부터 대학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오픈런 공연이란 점. 연극 ‘수상한 흥신소 1탄’(2013년 11월 8일부터 익스트림씨어터), ‘수상한 흥신소 2탄’(2014년 10월 8일부터 익스트림씨어터), ‘수상한 흥신소 3탄’(2015년 6월 19일부터 상명아트홀 1관)을 비롯해 ‘옥탑방 고양이’(2010년 4월 6일부터 대학로 틴틴홀)와 ‘연애의 목적’(2014년 4월 5일부터 대학로 올래홀)이 각각 평일 3회차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수상한 흥신소’ 1·2탄은 주인공 오상우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영혼을 위한 흥신소를 운영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좌충우돌 코미디다. 3탄은 기존 시리즈와 달리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SF 소재를 담았다. 제작사인 익스트림플레이에 따르면 ‘수상한 흥신소’의 경우 평일 낮 공연의 1회 매출만 170만~180만원. 평일 저녁공연이 50만~7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지난 11일 기준 8월 매출은 이미 5300만원을 넘어섰다. 제작비 대비 BEP(손익분기점)를 넘긴 수준이다.

‘옥탑방 고양이’도 평일 낮 공연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건축가를 꿈꾸는 경민과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정은의 동거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현실 속의 88만원 세대들이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2010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 국회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고 창작 연극 사상 최단기간 6000회 공연을 기록했다. 또한 4년 연속 인터파크 연극부문 예매율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대학로의 대표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제작사인 악어컴퍼니의 관계자는 “휴가철이나 연말, 방학 등 공연계 성수기에 평일 낮 공연도 덩달아 잘 고 있다”며 “평일 3회차 공연 모두 평균 유료객석점유율 8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의 목적’은 ‘옥탑방 고양이’의 박은혜·박인선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의 인기에 힘입어 올 초 앙코르공연에 돌입했다. 엇갈린 시간으로 헤어졌으나 오랫동안 서로 잊지 못하는 두 남녀의 순애보를 그렸다. 단순히 웃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 3탄’의 한 장면(사진=익스트림플레이).


△대관료 절감…다양해진 관객층도 한몫

평일 3회차 공연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대관료 절감’의 이유가 크다. 월 대관료로 계약을 한 경우 하루에 세 번 공연을 한다고 해서 대관료가 추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상한 흥신소’의 경우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을 통해 공간을 극장으로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다.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 ‘옥탑방 고양이’와 ‘연애의 목적’은 한 건물의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상시 프로모션’도 관객의 발길을 끌었다. 보통 소극장 연극의 정가는 ‘3만원’. 하지만 각종 할인혜택을 통해 정상가의 30% 수준인 1만 2000원 정도에 볼 수 있다. 소셜커머스에서는 9900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익스트림플레이 관계자는 “유통에서뿐 아니라 공연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려 ‘박리다매’ 형식을 차용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해진 관객층도 한몫했다. 예전엔 공연 관람객이 주로 직장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회사 업무를 마치고 대학로로 이동해 관람할 수 있는 오후 8시 공연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객의 연령대 분포가 넓어져 청소년부터 20대 초·중반 대학생, 주부 등의 관람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여러 회차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고 연극의 외형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오직 돈만 벌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구비 못하면 오히려 재관람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한 장면(사진=악어컴퍼니).
▶ 관련기사 ◀
☞ [공식깨는대학로①] '시간의 벽'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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