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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3시·6시, 일요일 3시, 월요일 휴무. 오랫동안 고수하던 공연계의 정석이 깨졌다. 인기 오픈런 공연(폐막을 정하지 않은 공연)들이 마치 법칙처럼 내려오던 ‘공연회차’에 반기를 들고 과감하게 ‘평일 낮’ 공연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평일 오후 2시, 5시, 8시 등 3회차 공연을 비롯해 주말에도 3회 공연을 이어간다. 토요일 조조 정오 공연도 생겼다. “평일 낮에 누가 공연을 보러 갈까”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오히려 평일 오후 8시 공연의 2배 이상 관객이 찾는 것은 물론 휴가철인 요즘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 8월에는 오후 2시와 5시 타임은 표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오히려 이 시기에는 평일 오후 8시 공연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상한 흥신소’ 등…성수기엔 ‘낮’ 공연 덩달아 인기
대학로에 가면 평일 3회차 공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공연의 공통점은 오래 전부터 대학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오픈런 공연이란 점. 연극 ‘수상한 흥신소 1탄’(2013년 11월 8일부터 익스트림씨어터), ‘수상한 흥신소 2탄’(2014년 10월 8일부터 익스트림씨어터), ‘수상한 흥신소 3탄’(2015년 6월 19일부터 상명아트홀 1관)을 비롯해 ‘옥탑방 고양이’(2010년 4월 6일부터 대학로 틴틴홀)와 ‘연애의 목적’(2014년 4월 5일부터 대학로 올래홀)이 각각 평일 3회차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수상한 흥신소’ 1·2탄은 주인공 오상우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영혼을 위한 흥신소를 운영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좌충우돌 코미디다. 3탄은 기존 시리즈와 달리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SF 소재를 담았다. 제작사인 익스트림플레이에 따르면 ‘수상한 흥신소’의 경우 평일 낮 공연의 1회 매출만 170만~180만원. 평일 저녁공연이 50만~7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셈이다. 지난 11일 기준 8월 매출은 이미 5300만원을 넘어섰다. 제작비 대비 BEP(손익분기점)를 넘긴 수준이다.
‘연애의 목적’은 ‘옥탑방 고양이’의 박은혜·박인선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의 인기에 힘입어 올 초 앙코르공연에 돌입했다. 엇갈린 시간으로 헤어졌으나 오랫동안 서로 잊지 못하는 두 남녀의 순애보를 그렸다. 단순히 웃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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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료 절감…다양해진 관객층도 한몫
평일 3회차 공연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대관료 절감’의 이유가 크다. 월 대관료로 계약을 한 경우 하루에 세 번 공연을 한다고 해서 대관료가 추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상한 흥신소’의 경우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을 통해 공간을 극장으로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다.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 ‘옥탑방 고양이’와 ‘연애의 목적’은 한 건물의 다른 공연장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다양해진 관객층도 한몫했다. 예전엔 공연 관람객이 주로 직장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회사 업무를 마치고 대학로로 이동해 관람할 수 있는 오후 8시 공연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객의 연령대 분포가 넓어져 청소년부터 20대 초·중반 대학생, 주부 등의 관람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여러 회차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고 연극의 외형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오직 돈만 벌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구비 못하면 오히려 재관람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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