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로 베이스’ 예산편성의 과제

  • 등록 2015-04-03 오전 3:01:01

    수정 2015-04-03 오전 3:01:01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제로베이스’ 예산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동안 정부가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방침을 더러 밝혀 왔지만 이번엔 특히 예사롭지 않다. 건국 이후 재정운용의 대원칙이던 양출제입(量出制入)을 포기하고 양입제출(量入制出) 방침을 사실상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5년도 예산 집행지침, 예산배정 및 자금계획과 총액계상사업 세부시행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정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다. 세입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복지 등의 예산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한다는 원칙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러한 예산편성 방침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는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재정개혁을 단행하기엔 경제 여건과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 소비수요와 민간투자수요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금리인하 등의 정책이 이제 겨우 효과를 나타낼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기에 재정지출의 고삐를 당길 경우 경기활성화의 불씨가 꺼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여건상 재정지출을 확대하지는 못할망정 축소해야 할 시점은 아니다.

게다가 고정적 지출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섣불리 지출 축소에 나설 경우 그 효과는 크지 않고 재정구조의 경직성만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선심성 사업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최경환 부총리는 “재정개혁에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자칫 국가 장기발전에 필요한 기획성 예산이나 장기과제 프로젝트가 집중타를 맞기 십상이다.

예산 낭비를 막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만 앞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자칫 경제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재정개혁은 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 경제팀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아 오히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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