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하루빨리 갈아봐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조리원에는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신생아실 청소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엄마가 아기를 무조건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두려운 마음으로 아기를 받아든지 얼마되지 않아 어디선가 솔솔 향기가 올라왔다. 아기가 응가를 한 것이다. 오줌 기저귀도 아직 제대로 실습 못했는데 처음부터 응가라니..눈앞이 깜깜했다. 결국 난 인터넷을 뒤졌고 친절히 설명돼있는 ‘기저귀 가는 법’을 보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육아지식의 8할은 글로 배웠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기저귀 가는 법도 모른채 애를 낳다니 참 무식하면서도 용감했다.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그 흔한 ‘태교교실’도 제대로 찾아 다니지 않았고, 어쩌다 참석한 수업에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설명에 ‘저게 다 뭔소리야..’라며 꾸벅꾸벅 졸던 나였다.
한번은 80일 즈음, 아기가 갑자기 모유수유를 거부하고 분유만 먹겠다고 생떼를 썼다. 젖만 물리면 몸을 활처럼 꺾어 자지러지는 애랑 씨름하느라 수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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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1년은 모유를 먹이겠다는 나름의 의지가 있던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한테 달려가 물었더니 “그냥 분유 먹여~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는 네 모유에 무슨 영양분이 얼마나 있겠니?”라며 딴소리다. 육아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난 또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친절한 육아카페에는 ‘유두혼동’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수십 페이지가 넘는 엄마들의 주옥같은 경험담이 있었다. 육아서적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만 점잖게 쓰여있지만, 엄마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그 어떤 책보다도 큰 도움이 됐다. 평소 인터넷 카페 등을 잘 활용하지 않던 나는 출산 이후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아기를 재운 뒤 깜깜한 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결국 말그대로 인터넷은 나의 육아 스승이었던 거다. 이제 고작 17개월된 아기 엄마인데도 신생아 시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나 자신을 보며 인터넷 육아 품앗이의 중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언젠가부터 나도 누군가가 올려놓은 질문이 내가 경험했던 것과 같으면 구구절절 댓글을 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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