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그동안 구청 서류함 속에만 보관됐던 이 청사진이 시장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가능 시기를 대폭 앞당기면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체가 재건축 사업 가시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1989년 옛 시가지 개발이 마무리된 지 25년만이다.
양천구청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아파트 소유자 전체를 대상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 의사를 설문조사하기로 했다”며 “주민 의사가 확인되면 바로 신시가지 재건축의 밑그림이 될 (목동택지)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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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의 재건축 이후 미래 모습을 엿볼 방법은 있다. 양천구청이 마련한 재건축 가이드라인과 현행 서울시 도시계획을 종합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재건축 사업의 기준이 될 지구단위계획 입안권자인 양천구가 기존 설계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천구청의 재건축 마스터플랜 핵심은 1~3단지 종(種) 상향에 있다. 현재 이 단지들은 용도지역상 2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다. 이를 4~14단지와 같은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종 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건물의 전체 바닥 면적 대비 땅 면적의 비율)이 높아져 분양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다. 1~3단지의 재건축 사업성을 높여 단지별 형평성 논란을 막고 재건축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지별 재건축이 아닌 14개 단지의 통합 재건축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통합 재건축 여부를 묻는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강남 개포·반포·한신지구 등에서 시작된 통합 개발 바람이 이곳에도 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마스터플랜에는 7·8·14단지를 제외한 전 단지를 잇는 지하도로 조성 방안이 담겨 있다. 통합 재건축이 현실화할 경우 아파트 지하 공간을 오가며 주차장·도로는 물론 상가·주민 편의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가 들어설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통합 재건축시 서울시는 아파트 높이를 다양화하는 등 한강변 경관을 관리하기가 수월해지고, 조합원들도 기반시설 공유 등을 통해 사업비 부담을 줄여 추가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5단지 99㎡→115㎡ 추가분담금 1170만원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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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관심사는 단연 사업성이다. 본지가 감정평가업계 전문가 검토를 받아 5단지의 대략적인 손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존 99㎡(이하 공급면적)형 아파트 보유자가 115㎡형을 새로 분양받으려면 추가분담금 117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적률 250%, 기부채납 10%를 적용해 기존 1848가구를 3487가구로 재건축한다고 가정한 경우다. 사업비와 분양가는 3.3㎡당 550만원, 2167만원을 각각 적용했다. 재건축 이후 현재의 송파구 아파트 시세만큼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례율(개발이익률)은 103%로 집계됐다. 5단지는 전체 14개 단지 중 용적률(117.2%)과 주택 밀도(1㏊당 103.04가구)가 가장 낮은 곳이다. 그만큼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는 뜻이다.
같은 분석에서 기존 115㎡형 보유자가 동일 면적 새 아파트로 갈아타면 1억1705만원을 환급받고, 145.2㎡형을 분양받으려면 7798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미래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나 투자 전망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목동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신도시급의 대규모 주거단지이고 대지지분(각 아파트에 딸린 땅)도 넓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저평가됐던 곳”이라며 “이번에 재건축 이슈가 부각되면서 그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