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부는 주택시장 현실을 똑바로 보라

  • 등록 2014-05-22 오전 7:00:00

    수정 2014-05-22 오전 7:00:00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장] 세입자의 월세 지원 확대와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담은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지 석 달이 다가오고 있다.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세제 혜택으로 줄이고 전·월세시장 안정도 꾀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모처럼 살아나던 주택시장은 대책 발표 이후 빠른 속도로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주 기준으로 6주 연속 하락했고, 경매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실제 세금(임대소득 과세)은 2년 후에나 내면 되고, 세금 역시 알려진 만큼 많지도 않다”는 게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집이 두 채 이하이거나 연간 임대 수익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임대소득 과세가 2년간 유예되고 2016년부터도 분리과세(특정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과세하는 것)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액이 아주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주택 거래량도 지난해에 비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자신감마저 드러낸다.

과연 그런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월 9484건, 4월 8530건으로 지난해 3월 5450건, 4월 6314건보다 크게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따져볼 게 있다. 바로 부동산 거래 통계의 ‘함정’이다. 주택 매매 거래는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실제 계약일과 신고일 사이에 최장 두 달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3·4월 거래량 실적 중 대부분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전인 2월 말 이전에 계약한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전·월세 과세 방침에 따른 거래 감소는 이달 이후 집계되는 거래 실적에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762건으로, 지난해 5월 한 달 거래량(7363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영향으로 거래가 확 줄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내 집을 마련하거나 임대 수입을 얻기 위해 집을 사려던 사람 중 상당수가 전·월세 과세 부담 때문에 생각을 바꿔 주택 구입을 포기했거나 미루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부작용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재산과 소득의 이중 부과 문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주택 등 재산에 대해 이미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도, 재산에서 발생한 소득(주택 임대소득)에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이중 부과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소득의 경우 이자·배당소득에만 보험료가 산정되고 원금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주택 임대소득이 드러나면, 현행 부과체계에서는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재산(주택)에도 부과되고 그 재산을 기반으로 한 주택 임대소득(전월세금)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중 부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나무만 봤지 숲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런 정책 스케줄도 없이 공평 과세만 따졌다. 전·월세 소득 과세에 따른 주택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든지, 아니면 알고도 밀어부친 결과다.

지금 주택시장은 위기 상황이다.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던 불씨마저 꺼져 버릴 수 있다. 한번 꺼진 부동산시장은 다시 살아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웬만한 정책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추가 보완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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