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록물이 아예 처음부터 보관되지 않았거나 보관중에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파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이유로 원본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회담 내용이 담긴 비밀문서의 특성상 보안을 위해 ‘별칭’을 붙여 보관돼 있을 개연성이 크다. 또 전체 기록물중에서 대화록만 따로 없어졌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전자기록의 특성상 훼손시에는 흔적이 남기 때문에 섣불리 손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 처음부터 자료를 빠뜨렸거나 고의로 삭제·훼손됐다면 심각한 문제다. 국가의 중요 정책에 관한 기록을, 그것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이벤트에 관한 기록을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처리했다면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위이며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서는 안된다. 조선시대에 국가 정사를 기록한 사초(史草)를 누구도 볼 수도, 손댈 수도 없었던 것과 비교해도 한참 뒤처지는 것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당연히 사법기관이 나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더불어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관리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기록물이 보관돼 있다고 해도 이번처럼 가장 중요한 기록물의 존재 유무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