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양적 완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또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의 돈을 풀어 경기 위축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려 글로벌 경기침체로 크게 흔들리는 수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자산매입 조치도 경기부양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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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환율의 가파른 하락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수출주 비중이 높은데다 1100원 밑으로 하락할 경우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것.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시켜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의 강한 랠리를 이끌 수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과 원화 강세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환율이 1100원 이상인 현 시점에서는 유동성 랠리를 고려한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늘리되, 이하로 하락할 경우 환율하락 수혜주인 내수주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속도가 우려와 달리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약세 및 원화 강세가 진행되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연저점 수준에 근접할 만큼 원화강세 전망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데다 1110원 중반에서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작고, 유로존 재정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커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