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 활성화나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초과분의 신용대출 전환 등 일련의 대책과 관련, “결국 빚 내서 빚 갚기식 대책”이라며 “상처는 곪아가고 있는데 진통제만 놔주는 꼴”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갚을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채무상환 기간을 연장시켜주는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힘들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원금을 갚아나가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리워크아웃 등 채무재조정을 통해) 원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 정상적으로 돈을 갚아나가는 사람들도 돈을 안갚을 가능성이 있다”며 “워크아웃제도가 지나치게 원금 감면쪽으로 기우는 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LTV 초과분 만이라도 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 조금씩 원금을 갚아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은행이 보유한 대출 총량은 변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원금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2003년 카드사태 때도 빚 내서 빚 갚는 대환대출을 많이 해 부실이 많이 났었지만, 그때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었고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단기간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LTV 초과분을 분할상환 대출로 돌리는건 필요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길 기다리면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금융당국의 미시적 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LTV 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는정책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 “일시에 대출금을 회수해 고객들이 채무상환을 포기하기 전에 유연한 규제 적용으로 조금씩이라도 대출을 갚아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감독당국이 일률적인 잣대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은행과 고객간에 자율적으로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사안별로 지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