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054.6원까지 하락해 지난 2008년 8월 20일 이후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초 1060원대 후반이었던 환율은 벌써 사흘째 105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조용하다. 지난 1일 장막판에 들어올리기식의 매수 개입을 단행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의 발언도 애매하다. 환율 연저점 경신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시점이 달러-원 환율에 대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해야 할 시기냐에 대한 발언은 유보하겠다"며 말을 흐렸다.
당국이 개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물가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물가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물가상승률은 6개월째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환율에는 손을 놓은 형국이 된 것이다.
다만, 당국도 환율이 1050원선을 깨고 내려가면서 급속도로 빠질 경우 개입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국이 적극 개입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이 환율 하락에 베팅하면 1000원선마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연초에 비하면 많이 빠졌지만 그리스 우려 등 대외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한 방향으로 쏠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민감한 시기라 시장의 급변동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