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도 김문수도 두손 든 뉴타운사업

[뉴타운의 허와 실] "경기 침체 예상못한 포퓰리즘"
  • 등록 2011-04-26 오전 7:02:06

    수정 2011-04-26 오전 7:02:06

[노컷뉴스 제공] 지난 2006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에 불어닥친 뉴타운 공약. 하지만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던 구역이 잇따라 해제 또는 취소되고 있다. 주민들간의 찬반 갈등이 사업 실패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총선과 지방선거에 정당들이 뉴타운사업 공약을 무차별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BS는 수도권지역의 뉴타운 사업의 허와 실을 3부작에 걸쳐 집중 취재하고 대안을 마련해 본다. <편집자 주>


2008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 판세는 '뉴타운'이 갈랐을 정도로 뉴타운 사업은 빅 히트였다.

민주당 중진 김근태 전 의원도, 진보신당의 얼굴 노회찬 전 대표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공약에 기댄 한나라당 후보들에 의해 금배지를 잃었다.

하지만 금방 부자를 만들어줄 것 같았던 뉴타운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말 금융위기로 소득이 감소하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데다 그린벨트를 풀어 지은 보금자리주택이 나오면서 개발이익에 기댄 뉴타운은 사업성에 결정타를 맞았다.

돈이 되기는커녕 기존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터전만 잃게 만드는 악성 사업이 돼버렸다.

곳곳에서 찬반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졌고, 전국 81개 뉴타운 지구 중 6개 지구에서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지난 13일 경기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타운사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문수 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던 뉴타운 사업을 김 지사 임기 중에는 추가로 지정하지 않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주민 반대의사가 높게 나오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 지사가 사실상 뉴타운 실패를 선언한 것이다.

김 지사는 앞서 지난 3월 국회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주민이 겪는 고통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책임은 확실히 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서울시도 경기도 발표 이튿날 기존의 주거정비사업 방식을 개발과 보전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뉴타운을 포함한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정비사업 방식을 전면철거 후 획일적인 아파트 건설 대신, 개별적 지역 특성을 고려한 보존.관리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주민 반대의사가 높다고 해서 지구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아니라며 경기도와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더이상의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고 밝혀 오 시장 역시 뉴타운에서 한 발 물러났음을 내비쳤다.

또 뉴타운 지구의 존치지역 중 장기간 사업을 하지 못하는 곳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건축 제한을 풀어 휴먼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혀, 뉴타운 사업 실패를 인정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까지 비유되며 각종 선거에 주요 공약으로 내걸렸던 뉴타운 사업은 이를 주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개선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경기 침체 예상못한 포풀리즘의 산물"

뉴타운 사업의 실패 가능성은 추진 당시에도 지적됐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실현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공약을 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표'가 필요했던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13일 뉴타운 개선방안 발표 당시 "부동산 경기가 좋아 추진했던 것인데 집값 하락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며 이같은 상황을 전혀 대비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경실련 측은 "뉴타운 사업이 실현가능성과 시장 변동성을 예측 못한 채 부동산 투기와 개발바람에 편승해 정치적, 정략적으로 추진돼 곳곳에서 주민갈등과 행정불신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재생을 위해 도심 속 '미니 신도시'를 만들겠다며 여기저기서 추진돼온 뉴타운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를 추진해온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의 무덤이 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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