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신용경색 완화 기대감과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감이 충돌하는 장세를 펼쳤다.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가 `리먼 사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투자심리에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고, 10월 한달동안 무차별적인 투매가 일어난 만큼 반등 시점이 가까와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반면 미국 제조업지수의 26년래 최저치 추락과 날개없는 추락세를 거듭한 자동차시장은 경기후퇴 우려감을 증폭시키면서 투자심리를 옥죘다. 지난달 미국의 파산건수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했고, 정부의 각종 신용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대출 조건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투자가들의 우려감을 자극했다.
주요 지수는 이같은 호악재의 출현에 따라 보합권에서 왔다갔다 했고, 결국 나스닥만 통신주의 동반 상승에 힘입어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9319.83으로 전거래일대비 소폭인 5.18포인트(0.06%) 밀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도 2.45포인트(0.25%) 떨어진 966.30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26.33으로 5.38포인트(0.31%) 상승했다.
◇美 10월 제조업지수 26년래 최저..`경기후퇴 신호`
미국 전역의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26년래 최저치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미 경기후퇴(recession)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날 ISM은 10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43.5%에서 38.9%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9월 이후 최저치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1.5%를 비교적 크게 밑돌았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깊숙히 전염됐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ISM의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보면 신규주문은 32.2%로 하락, 198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산지수도 40.8%에서 34.1%로 뒷걸음질쳤다.
한편 미국의 9월 건설지출은 전월대비 0.3% 줄었으나 월가 전망치인 -1.3% 보다 감소율은 적었다.
부문별로는 주택 건설 지출은 1.3% 줄어든 반면 민간 부문 비주택 건설 지출은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보 `리먼 사태` 이후 최저치
반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하 등 금융시장 안정책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3개월짜리 라이보(런던은행간금리)는 전거래일대비 17bp 떨어진 2.86%를 기록했다.이는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최저치다.
하루짜리 라이보도 0.39%로 전일대비 2bp 하락했다.
달러 기근 척도인 3개월 라이보와 초단기대출금리간 스프레드도 15bp 하락한 224bp를 기록했다. 이 스프레드는 지난달 10일만 해도 364bp에 달했었다.
◇美 車시장 `날개없는 추락`..GM·포드·도요타 `급감`
미국의 자동차시장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과 소비심리 냉각으로 주요 자동차업체의 10월 판매대수는 일제히 급감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10월 판매대수는 전년동월대비 무려 45.1% 급감한 16만8719대에 불과했다. 승용차 판매는 34.3% 감소했고, 트럭 판매는 절반이 넘는 51%나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으로 장초반 상승세를 타기도 했던 GM 주가는 판매 실적 부진 여파로 2.4% 떨어졌다.
혼다와 닛산의 경우도 각각 25.2%와 33%씩 감소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31.1% 급감한 2만820만대를 판매했다. 주력 차종인 중형 승용차 `쏘나타` 판매대수는 16.4% 줄어든 7943대를 기록했고, 소형차 `엘란트라`는 43.6% 급감한 2673대에 그쳤다.
◇통신주, 서킷시티, 보잉 `하락`
통신주인 AT&T(T)와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즈(VZ)은 "이들 주식은 밸류에이션이 괜찮고, 경기침체기의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와코비아의 긍정적인 평가가 호재로 작용, 각각 3.9%와 3.6% 올랐다.
미국 2위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CC)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미국 전역의 점포중 155개의 문을 닫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식에 35% 급등했다.
세계 2위 민간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골드만삭스의 매수 권유와 ISM 지수 악화 여파로 하락하기도 했으나 강보합세(0.8%)로 마쳤다.
◇유가 63달러대로 급락..`수요 부진 전망`
국제 유가가 수요 부진 전망에 영향을 받아 배럴당 63달러대로 급락했다.
미국 전역의 제조업경기를 가늠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10월 지수가 26년래 최저치로 추락하고, 10월 미국 자동차판매가 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이 향후 경기후퇴(recession) 우려감을 증폭시키면서 원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이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배럴당 3.90달러(5.8%) 하락한 63.91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