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대형 은행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위급 상황을 가정해 은행의 재정적 회복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관련해 연준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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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벵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은 “연준의 투명성 부족이 은행 자본 요건에 있어 중대한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을 초래한다”면서 오하이오주 법원에 연준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전날 연준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은행 자본 요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요 사항을 변경할 예정이라며, 내년 초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포괄적인 변경 사항을 놓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하는 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주요 은행들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은행들은 소장에서 “연준이 최근 발표한 변경안이 현행 시스템 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구제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자본 요건이 투명하게 확립돼야 한다”면서 “뚜렷한 이유 없이 개별 은행에 수십억 달러의 예상치 못한 자본 부담을 초래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밝혓다.
연준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은행 손실, 매출, 비용 및 그에 따른 자본 수준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 등은 수년 동안 이 규정이 너무 엄격해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행정부가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전반적인 은행 규제 접근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비롯한 은행 규제기관들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가 수정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 부문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단체인 베러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회장은 “연준은 월가 은행들에 스트레스 테스트의 통제권을 거의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예측 가능하고 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