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소식은 한국 반도체 산업과 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삼성전자는 13년 전인 2011년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1위 자리에 오른 뒤 10년가량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대에 머무르며 글로벌 3강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다. 네덜란드 ASML 등과 4위 경쟁을 하는 데도 버거워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데 있다. 브로드컴은 칩과 칩을 이어주는 기술이 뛰어난데 AI 시대 도래로 이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투자가 몰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AI 구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개발이 늦어진 탓에 이 분야에서 국내 경쟁 기업인 SK하이닉스에도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반도체 특별법 제정 논의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대통령 직속 국가반도체위원회 설치, 보조금 지원, 노동법상 근로시간 예외 적용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언제 심의가 재개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정국이 어지럽다 해도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긴급한 법안 처리는 서두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