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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대담을 진행한 장은현 스타셋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진행하며 오름의 우여곡절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인물이다. 장 대표는 2015년 가을 이 대표와 만나 창업 얘기를 듣고 “힘 닿는 대로 서포트할테니 무조건 (창업)하시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당시 만남에 대해 “그게 오름의 첫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름은 2016년 8월 설립된 이후 창업 후 첫 아이템이었던 세포 침투 항체 플랫폼 ‘오로맙’(Oromab) 개발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피보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을 결정했다. 항체에 약물 대신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접목하겠다면서 분해제·항체접합체(DAC)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DAC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항체약물접합체(ADC)라는 아이템은 인기가 많지 않았다. 이 대표는 “2019년에는 글로벌에서 ADC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이 단 2건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ADC에 TPD를 결합한다는 것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 대표는 “신약개발이라는 게 험한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K2 정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K2를 등반하려고 30여 년간 노력하면서 처음엔 A라는 루트로 노력하다 20여 년간 실패했다”며 “B라는 루트를 새로 뚫었지만 10년간 못 올라가다 한 팀이 산소통을 들고 끝까지 갔다”고 했다. 이어 그는 “ADC에 TPD를 붙인 것이 우리한텐 산소통이었다”고 짚었다.
DAC에 먼저 호응을 보인 것은 해외 연구자들이었다. 2019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연구소에 일찌감치 걸출한 인물들이 모인 것도 오름의 기술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오름의 기술, 사이언스가 재밌다고 느낀 사람들은 바이오벤처라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빅파마들과 (인재 채용) 경쟁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2021년부터 반전되기 시작했다. DAC에 무관심했던 블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ADC가 뜨면서 관심이 좀 더 많아진 것 같다”면서 “2020년까지만 해도 왜 이런 걸 개발하냐는 분위기였지만 2021년 정도 되니까 ‘이렇게 좋은 걸 왜 너희만 하고 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최근이 빅딜로 이어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장 대표는 “요즘은 국내 대기업들도 직급 대신 이니셜로 부르는 일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독특한 문화였다”면서 “미국물을 드셔서 그렇게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조직 문화에 대해) 미국 스타일이냐고 많이들 묻는데 사실 동양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세종실록을 보면 회의의 주관자인 국왕과 신하의 대화가 자세히 나오는데 국왕이 한 얘기도 반박하더라”며 “토론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 이노베이티브한 성과를 내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로타리클럽 가니 50대랑 80대가 친구처럼 얘기하더라. 거긴 무조건 호를 부르게 하니까 끈끈하게 잘 운영되더라”면서 “(회사에서) 호를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닉네임을 부르자고 생각해서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년 초 연간 주주간담회, 이사회 일정을 정리해 발표하는 등 투명한 소통도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오름은 연초에 운영 계획을 공개하고 연말이면 연초 계획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비교평가해준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국내에선 잘 보지 못했던 운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소통을 투명하게 하는 이유는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거짓말하면 들통나기 때문”이라며 “표정관리도 잘 못 해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겸허하게 말했다. 이어 “솔직한 피드백을 듣고 회사를 발전시키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약력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학사
△UC버클리 생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2003~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화학과 박사 후 과정 수료
△2005~2010년 LG생명과학 R&D 연구원
△2010~2013년 사노피코리아 R&D 담당 이사
△2013~2015년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담당 소장
△2016년 오름테라퓨틱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