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HD현대그룹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전력기기·조선 업황 호조에 계열사 주가가 연일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면서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60조원에 다가설 정도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올해 들어 지주사인 HD현대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주가 오름세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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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HD현대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9조 1837억원으로 올해 초 대비 7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초 10위였던 그룹별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 순위에서 에코프로·카카오·셀트리온·네이버 등을 제치고 6위까지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의 시가총액을 제외해도 순위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전력기기·조선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HD현대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력기기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267260)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96.59% 오르면서 시가총액을 4배 가까이 불렸다.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기기 산업 호황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그룹 핵심 사업인 조선업의 호황기가 찾아온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022년 이후 수주한 높은 선가들의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건조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에 HD현대 소속 조선 3사의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3~4년치 일감이 쌓인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에 주가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HD현대그룹의 조선 자회사들의 선박 부문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다양한 선박 파이프라인이 발주 강세 환경과 맞물리면서 3년 이상의 일감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있다”며 “신조선가 역시 오름세가 이어져 최근 수주 물량이 매출로 인식되는 2~3년 후 수익성은 이미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평가에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의 주가는 올해 초 대비 48.22% 상승했고,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미포(010620) 주가도 역시 각각 32.71%, 19.20% 올랐다. 또 지난 5월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약 2개월 만에 주가를 63.55% 끌어올리면서 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증가에 보탬이 됐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따른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시장 침체에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던 HD현대건설기계(267270)·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등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 주가까지 오름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을 제외한 7개 상장 계열사 주가는 올해 초 대비 모두 상승 중이다.
아울러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들어 HD현대 주식을 연이어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주가 오름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기업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이후 HD현대 주식을 68만 2500주 사들여 지분율을 5.26%에서 6.12%로 0.86%포인트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