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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환 주뉴욕총영사] 작년은 한미 동맹 70주년이었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과 번영이 가능했던 것은 굳건한 한미 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미래 한미 협력 분야는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과학기술 등으로 분야가 확장됐다. 이러한 협력 지평 확대에는 인적 교류 확대가 필수적인데, 그 중심에 한국인 전문직 취업비자 문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뉴욕총영사로 부임해서 가장 절실한 이슈임에도 가장 절망한 이슈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문제다. 뉴욕총영사가 관할하는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우리 유학생들이 졸업 이후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자 문제는 일개 총영사가 다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유학생이 집중된 뉴욕, 뉴저지를 관할로 하는 총영사로서 매일 접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이 문제가 절실하게 와 닿는다.
이곳에는 200여개의 우리 대기업들이 들어와 있고 수많은 동포기업들이 소재하고 있는데,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는 우리 청년들을 고용하려 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취업비자로 인해 애를 먹는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다. 1년씩 임시 비자를 연장하다가 결국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취업을 포기한 학생, H-1B 비자 취득자 수가 2년 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아 한국인 유학생 출신자를 고용하기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변호사 등 안타까운 사연들이 넘치고 있다.
한편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9월 대미 투자 건수는 1869건, 규모는 240억달러(약 32조원)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시행 이후 1년간 1억달러 이상 관련 분야 투자 계획 발표 건수 기준으로 한국이 20개로 1위다. 그 뒤를 이어 유럽연합(EU) 19개, 일본 9개, 캐나다 5개, 대만 3개, 인도 3개 순이다. 1950~60년대 한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도움과 지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한국과 미국이 함께 협력하며 상생 발전을 도모하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그러나 H-1B 비자 취득의 어려움으로 한국인 전문직 인력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매년 추첨으로 결정하는 H-1B 비자 취득자 통계를 보면 2018~2022년 미국 내 유학생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으면서 5년간 이공 계통과 정보통신(IT) 분야에 특화하고 있는 인도가 연간 전체의 54~62%를 가져가고 있고, 중국은 14~19%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은 1.4~1.8%로 4위다. 연간 1만5000~2만여개의 취업비자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1000~2000여개 정도를 받고 있다.
건축, 컴퓨터 등 공학 계열은 물론이고 뉴욕 일원의 유수한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계 학생들도 대학 졸업 후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 체류 연장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연간 1억원이 소요되는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비자를 받지 못해 결국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양질의 한국 인력이 미국 시장에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 우수한 한국 청년들에게 대한 취업비자 부여가 미국에도 이득이 됨을 미국을 움직이는 여론 주도층에 분명하게 알려 나가야 한다.
뉴욕총영사는 관할 지역 내 미국 연방의원은 물론이고 주지사, 뉴욕시장, 카운티장, 뉴욕대 총장을 비롯한 주요 대학교 총·학장, 뉴욕 소재 여러 싱크탱크 대표들, 브루클린·브롱스·퀸즈 상공회의소장,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주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주요 인사 등 정치, 경제, 언론, 문화예술 등의 현지 주요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E4 비자의 필요성을 반드시 역설하고 있다. 미국인들도 우리의 현실에 놀라움을 표하곤 했다. 어쩌면 뉴욕총영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E4 비자의 필요성은 언젠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이 미국이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